[기자수첩]코오롱인더의 '1조 소송' 대응

[기자수첩]코오롱인더의 '1조 소송' 대응

오정은 기자
2011.11.27 17:09

"한국 지적재산권 시장은 성장가능성은 크지만 시장규모는 주목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러니 지재권을 특기로 삼을 분은 우리 로펌에 와도 키워드릴 수 없습니다"

최근 연세대학교 로스쿨 취업설명회에서 재학생들을 만난 한 로펌 파트너 변호사의 말이다. 이 말은 한국 지재권 시장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소송가액 기준 지재권 시장 규모가 M&A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한국에서는 '돈 되는 시장'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직한 지 1달도 되지 않은 경쟁사의 직원을 고용하거나 타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것이 흔하다. 경쟁사의 핵심 직원을 채용해 영업 비밀을 빼내도 소송가액 몇 억대에 그친다. 지재권에 대한 법적, 사회적 인식이 희박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코오롱인더의 미국 1조원 배상 판결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국내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거대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법적 견제'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고, 피고인 코오롱 측이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천문학적인 배상금액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배상금액을 계산할 때 불법행위로 본 금전적 이득만 손해배상금으로 산정하지만 미국에서는 특허 개발에 들어간 비용까지 포함시켜 1조원이라는 가공할 금액이 나왔다.

게다가 35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까지 포함됐다. 징벌적 손해배상금은 앞으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기 위해 추과로 부과된다.

코오롱인더로서는 미 재판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 여타 후발 국가 업체들의 미국 산업 잠식을 견제하고자 하는 국수주의적 성향을 드러냈다고 억울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셈이다.

코오롱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아라미드 섬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 이래 30여년 동안 연구 개발과 혁신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의 민사 재판은 사실 시작부터 불리했다 . 이번 영업비밀 유출 사건의 당사자이자 코오롱의 컨설턴트였던 전 듀폰 직원 마이클 미첼은 영업비밀 도용 혐의로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코오롱은 "영업 비밀이나 정보를 요구한 적도 없고 그러한 정보가 필요하지도 않다"고 반박했지만 배상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그렇다 쳐도 이번 선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특히 배심원들이 지난 9월 평결한 금액을 판사가 거의 대부분 인정했다는 점에 코오롱인더는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코오롱인더의 1년 영업이익이 4000억원 수준인데 1조원을 판결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코오롱인더 측은 "말도 안되는 배상금"이라고 반박했지만 악몽은 이미 현실이 됐다.

코오롱인더는 "5년동안 미국시장 매출액이 33억원에 불과한데 300배가 넘는 금액을 부과한데 대해 항소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3심)은 대부분의 사건을 기각하므로 2심 재판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배상에 대비한 충당금도 쌓아야 하고 당장 4분기 실적도 위태롭다. 1년 이상 소송이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주가를 억누르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회사 측은 소송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뿐더러, 회사가 처한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정직하게 설명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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