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스웨덴의 고교 졸업식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졸업생들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트럭 화물칸에 올라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샴페인을 마시며 춤을 췄다. 시끄러운 트럭이 시내 도로를 질주하고 교통정체를 일으켜도 이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스웨덴의 낯선 졸업식 풍경이 부러운 것은 중·고교 졸업식장에 경찰이 배치된 우리나라 풍경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7일부터 학교 졸업식 뒤풀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내 중·고교 55개교에 경찰관이 배치된 것을 시작으로 8일 156개교, 9일 292개교에 서울시내 방범순찰대와 지역별 지구대 경찰관이 배치된다. 15일엔 초등학교 536개교에 졸업식이 몰려있다. 학교당 3~5명만 어림잡아도 하루 수천 명의 경찰인력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어 졸업식에서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을 던지면 '폭행', 알몸상태로 기합을 주면 '강제추행', 알몸촬영이나 동영상을 유포하면 '성폭력특별법'으로 처벌하겠다고 경찰은 엄포를 놓았다.
이같은 방침에 졸업식의 주인공인 학생도, 이를 감시하는 경찰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8일 졸업을 하루 앞둔 이모양(19)은 "축하받아야 하는 날에 경찰이 투입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며 "이날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고 싶지 않은데 경찰의 감시 아래 진행되는 졸업식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일선경찰서 경찰관도 "방금도 졸업식에 다녀왔는데 이것 때문에 지금 준비할 것도 많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지속돼야 하느냐다. 정부는 졸업식 기간에 단 1건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겠지만 정작 이날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맘껏 즐겨야 할 졸업식을 경찰의 감시 아래 치르고 있다.
물론 그동안의 졸업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경찰의 감시 아래 진행되는 졸업식은 씁쓸하게 느껴진다.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를 감시의 대상이 아닌 좀 더 의미있고 축하받는 자리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