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날개없는 선풍기와 싸이월드

[법과시장] 날개없는 선풍기와 싸이월드

정동준 변리사 수 특허법률사무소
2012.02.26 17:00

아이디어만큼 '특허포트폴리오'도 중요하다

날개없는 선풍기. 다른 말로 무(無) 블레이드(blade) 선풍기라고도 한다. 최근에 한국의 특허심판원에서 있었던 무효심판에서도 살아남았고 침해소송의 전초격인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도 승리하여 그 위력을 더 하고 있는 영국 다이슨사의 특허발명이다.

최근에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기 전까지 선풍기에 날개가 없다는 것을 상상이나 해 본 적이 있는가. 그야말로 역발상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역발상이 전세계를 지배하려고 한다. 2008년9월23일에 최초 출원이 영국에서 있은 후 이를 바탕으로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중국, 호주에 이르기까지 시장 확보를 위해 다이슨사가 전략적으로 특허를 각국에 걸어두었다.

더구나 한국, 일본,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심사를 통과하여 특허등록까지 받은 상태이다. 한국에서는 10-1038000 이라는 특허등록번호로 6개월 전쯤 특허등록되었는데 한국등록특허 10-1038000에 따르면, 공기의 유동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단을 포함하는 베이스부, 공기의 유동이 유입되는 내부 통로를 포함하며 베이스부 상에 탑재된 노즐, 공기의 유동을 방출시키기 위한 마우스부의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다이슨사는 이와 같은 특허 한 건에 만족하지 않았다. 즉, 특허권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하기 위하여 위에서 살펴본 특허뿐만 아니라 관련 유사특허들을 촘촘히 전방에 배치하여 소위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상태이다.

구체적으로, 다이슨사의 다른 특허 중에는 무블레이드 선풍기 조립체로서 노즐의 대향면을 이격시기 위한 스페이서 수단을 포함시켜 선풍기 조립체를 신뢰할만하고 재현 가능하게 구현한 발명도 있다.

또 다른 다이슨사의 특허 중에는, 스탠드 상에 설치된 공기 배출부를 포함하는 선풍기로서, 베이스부에 대해 언틸트 위치(untilted position)에서 틸트 위치(tilted position)로 기울일 수 있는 본체, 및 베이스부 상에 본체를 유지하기 위한 잠금 수단 등으로 이루어진 발명도 있다.

이러한 각각의 특허들은 똑같은 무블레이드 선풍기 관련 특허라고 할지라도 약간씩 다른 권리범위를 설정한채로 각각의 국가에 진입됨으로써 그야말로 물샐 틈 없이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강력한 특허포트폴리오는 전세계 각국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향후 20년간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강력한 특허를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곱씹을만하다. 우선, 최초의 mp3 플레이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했던 앰피맨닷컴의 경우가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케팅에서의 실패, 특허분쟁으로 인한 체력 소진, 자금력 부족 등이 원인이 되어 그 특허를 외국에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례도 있다. SNS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싸이월드 서비스가 그것. facebook과 같은 서비스보다 훨씬 앞서 나간 우수한 토종 서비스임에도 현재의 facebook의 위치와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facebook과 같은 후발업체가 SNS 분야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보다 특허포트폴리오 구성에 만전을 기했다면 이야기는 현재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한국에서의 붐에 안주하지 않고 외국의 정서를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템에 대해 좀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다이슨사나 facebook의 사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최적의 아이템과 마케팅 능력이 최적의 특허포트폴리오와 결합되어진다면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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