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X파일' 이영돈과 만남 "전 뭐 먹냐면…"

'먹거리X파일' 이영돈과 만남 "전 뭐 먹냐면…"

김현록 기자
2013.01.08 16:59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이영돈 채널A 상무 인터뷰

ⓒ구혜정 기자 photonine@
ⓒ구혜정 기자 photonine@

요즘 먹을 게 없다고들 한다. 밖에서 밥 못 사먹겠다고 한다. 혹자는 이게 다 이영돈 PD 때문이란다.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종합편성채널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KBS에서 방송되던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의 음식판이다. 친숙하게 접해오던 주변 먹거리들에 하나하나 딴지를 걸고 검증을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여전히 '이영돈 PD'로 불리는 이영돈(57) 채널A 상무가 직접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름을 내세운 프로그램답게 진행도 내내 직접 한다.

KBS교양 프로그램 출신인 그는 입사 4년만에 호주 이민을 떠났다가 SBS 시사교양 PD로 재입사했다가 다시 KBS로 옮겼다가 화제를 뿌리며 종편 출범과 함께 채널A로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내내 '소비자 고발'을 비롯해 '그것이 알고싶다', '생로병사의 비밀' 등 수많은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이제 종편으로 옮긴 지 1년여, '먹거리 X파일'은 종편 고양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3.5%(AGB닐슨,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까지 시청률이 오르는 등 톡톡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영돈 PD 또한 화제의 인물에 올랐다. 그가 시험대에 놓인 음식 앞에서 매번 하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멘트는 신동엽의 '이엉돈 PD' 패러디까지 낳으며 유행어에 등극했다. 궁금했다. 이 분은 대체 어떻게 사시나. 대체 뭘 먹고 사시나.

-프로그램 진행과 연출, 채널 간부까지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사시나.

▶빨리 가서 사우나를 하든 잠을 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피로를 회복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도 상무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프로그램도 하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 책도 준비하고 있고. 예전부터 일을 하나만 한 적이 거의 없다. 이게 다 스타일이고, 체질이고, 팔자인가 보다. 보통 새벽 2∼3시에 자고 아침 7시 좀 넘으면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밤 12시에 들어가든 1시에 들어가든 모든 채널들을 다 돌려보고 VOD 영화도 본다.

KBS에서 이리로 옮겨서는 이전보다 한 30%는 일을 더 하는 것 같다.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 예전에 '소비자고발' 하면서 용하다는 점쟁이들도 많이 만나봤다. 그래도 궁금하지 않나.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자수성가'한다고. 참 그게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남 덕 못보고 혼자 다 알아서 한다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다.

-tvN 'SNL코리아'에는 '이엉돈PD의 소비자고발'이라고 신동엽이 패러디하는 코너도 있다. 본 적이 있나.

▶봤다. 출연 요청도 왔는데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고사했다. 예전 '소비자 고발' 시절에서는 '개그콘서트' '황현희의 소비자 고발' 출연 요청이 있었는데 그 때도 안 나갔다.

카메라가 있으면 뭔가가 아주 어색하다. 그나마 내 프로그램은 나은데 다른 프로그램은 더하고, 특히나 손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모르겠다. 여튼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걸 신동엽씨가 흉내를 내더라. 진짜 개그맨이다. 원고도 잘 쓰시는 것 같고. 내가 가서 똑같이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다고 생각을 해 보시라. 사실 그게 이영돈 스타일이다. 일부러 만들었다기 보다 원래 어휘력이 없다. 먹을 때 딱 생각나는 표현가지고 말을 한다. 그러다보니 '아 맛있는데요', '깊은 맛', '감칠맛'… 몇 개가 계속 나온다. 섹스 코드까지 섞어 놓으니 '이엉돈PD' 등장 이후에 '먹어보겠습니다'하는 것도 난감할 때가 있다. 어쩌나, 그냥 하던 대로 한다.

-'먹거리X파일'은 '소비자 고발'을 먹거리 문제로 집중한 느낌이다. 먹거리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다면.

▶과거에도 먹거리 코드를 넣었을 때 시청률이 높고 시청자의 관심이 높았다. 종편으로 옮겨 채널 친숙도를 높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여기에 내가 가진 인지도나 신뢰도를 더하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기본적으로 먹거리란 본능이 아닌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구혜정 기자 photonine@
ⓒ구혜정 기자 photonine@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

▶그 소재를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저는 그걸로 추리물, 수사물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실제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한다. 공포영화, 스릴러 영화는 극장에 가서든 VOD든 꼭 보는 편이다. 추리물의 요소를 넣어서 사람들이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스튜디오에서 시연을 하고 판을 벌이는 부분은 예능적 요소로 볼 수 있다. 각 요소를 적절히 결합했을 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불안의 시대에 안전이라는 테마를 건드린 점도 유효했다.

▶이전보다 더 안전한 시대가 됐음에도 그에 대한 요구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죽거나 다쳐야 회자가 되고 사람들이 흥분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달라졌다. 대표적인 관심사가 먹거리다. 아주 민감한 소재가 됐다. '그렇게 먹어도 안 죽어' 정도로 달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다. '그런 걸 먹고 살아야 하나'라고 사람들을 긁는 셈이다.

-신년특집에서도 다룬 MSG가 대표적이다.

▶방송에서도 밝혔다시피 MSG는 사용량에 제한이 있는 유해물질은 아니다. 그렇다고 건강에 영향을 아예 안 끼친다고 할 수도 없다. 거듭 다뤘지만 조미료를 치면 재료가 신선하든 상하기 직전이든 다 비슷비슷해진다. 냉면육수를 다룰 때도 보면, 조미료 떡칠을 한 것보다 제대로 만든 게 맛이 없다. 조미료를 큰 숟가락으로 두세 숟가락 넣은 데 열광한다. 조미료 덕에 천연의 맛과 조미료 맛 구분에 둔감해진 탓이다. 조미료 맛이 우리의 맛이 돼 버렸다. 다 그러다 보니 먹을 곳이 진짜 별로 없다. (조미료 안 쓰고 정직하게 요리하는) '착한 식당'을 찾는 이유다.

-잘못된 점을 고발하는 것 외에 '착한 식당' 선정하는 것도 까다로운 작업일 것 같다.

▶제보도 받고 여기저기 찾아가보기도 하는데, 자기네가 착한 식당이라고 스스로 제보를 올리는 경우도 꽤 된다. 자질구레하게 식당 원주인이 우리 이름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선정되면 장사가 잘 되고 하니까 그러지만, 잘못 선정하기라도 하면 큰 문제라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려고 한다. 음식에 정확한 1,2,3위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선정된 사람들은 진짜 착해 보인다. 착한 사람들이 가족 먹이듯 만드는 음식은 착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꾸준히 '착한식당'을 늘려가는 것이 소기의 목표일 텐데.

▶결국 나중에 하고 싶은 게 그런 거다. 우리나라에는 미슐렝 가이드 같은 게 없지 않나. '착한 식당'이 믿고 먹는 인증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 제 이름을 건 일이기도 하고, 굉장히 큰 사업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착한 식당'이 스물 몇 개인데도 일이 많다. 항의도 방송국 쪽으로 많이 온다.

-제일 궁금했다. 대체 평소에 뭘 드시나.

▶평소에 그냥 이것저것 먹는다.(웃음) 주로 생선구이나 초밥 먹는 걸 좋아한다. 멸치도 즐겨 먹는다. 그런데 이거 구운 음식도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숯으로 해서 태우면 다 일급발암물질 벤조피렐이 나온다. 생선 태운 데도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사를 하긴 해봐야겠다. 물론 이렇게 확신하고 접근했는데 안 나온 적도 있다. 커피도 다 타기 직전까지 볶지 않나. 발암물질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오기만 하면 특종'이라며 다 수거해서 조사했는데 안 나왔다. 두 번을 했는데도.(웃음)

-냉면은? 조미료 냉면 편 이후에 잘 드시나?

▶그 후로는 냉면 안 먹었다.(웃음)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MSG 맛이 구분이 된다. 어느 선까지 맛을 증폭시키는 건 괜찮지만 '닝닝'한 MSG 특유의 맛까지 나는 건 입에서 감당이 안된다.

-고발 프로그램을 오래 하면서 협박을 받거나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은 있지 않나. 어떤 일도 있었나.

▶예전에 노벨화학상 만든 사람이 개발했다는 포도씨 추출물 화장품이 야단이었다. 조사했더니 다 사실이 아니어서 방송을 내보냈다. 그런데 그 회사 사장이 전화해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는 거다. 다들 '칼 맞는다'면서 나가지 말라고 했다. 누구는 '배에 철판 대고 나가라'고 하고, '술에 약타는 것 아니냐'고 걱정도 했다. 그래도 느낌이 있지 않나. 나가서 만나고 술도 먹었다. 그 날이 사무실 철수하는 날이더라. 직원들이랑 인사하고 술 먹고, 그 분이 사업에 허점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헤어졌다. 그 분이 대단해 보였다.

-진짜 강심장이다.

▶그러니까 이런 일을 하지. 내가 강심장이기도 하고 뻔뻔하기도 한 게 맞는 것 같다. 그러려니 한다. 사실 피해보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구체적일 수도 있고 불특정 다수가 될 수도 있다. 고발당하고 지적받는 게 기분 나쁜 사람들도 있다. 그걸 제가 달랠 방법은 없다. 다만 애프터서비스를 한다. 새우젓 이야기도 사카린이나 MSG가 첨가된 건 따로 표기하고, 중국한도 따로 표기하고 개선한 걸 다시 방송으로 내보냈다. 차별화 시켜서 정직하게 팔면 다시 신뢰할 수 있지 않나. 잘못된 게 고쳐지면 개선된 점을 또 알려주고 하는 게 사회가 발전하고 신뢰를 키우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좋아하는 건 어떤 프로그램인가.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선 모든 걸 의심하는데, 영화도 그런 영화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본다. 다큐멘터리도 즐겨 보고. 특히 반전이 있는 걸 좋아한다. 프로그램에도 그런 반전을 넣으려고 한다. '소비자 고발' 시절에도 마찬가지지만 잘 만든 모든 프로그램에는 반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 최대의 반전이 있다면.

▶채널A에 온 것. 다 팔자다. 역맛살도 있고. KBS에 입사해서 다니다가, 호주에 이민을 갔다가, SBS에 갔다가, 다시 KBS에 갔다가 여기까지. 다 팔자다 팔자. 돌이킬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본인은 물론이고 같이 프로그램 하는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기로도 정평이 났다.

▶힘들어한다. 제가 생각해도 괴로울 것 같다. 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 했을 시절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임도 있었다. 작가, PD, AD들이 모여서 '넌 어디까지 당해봤니'하는 거다. 그래도 그게 성과가 나오니까. 방송도 도제식으로 배우는 시스템이다. 같이 한 사람들이 열심히 하고 또 성장하고 거기에 내가 영향을 끼쳤다고 하면 좋은거 아닌가 스스로 위안을 한다.

-혹시 회의가 들 때는 없나.

▶내가 뭐라고 기업 죽이고 식당 죽이고 저승사자라고 불리고 하겠나. 그건 제 본 뜻이 아니다. 고쳐서 다시 생존하자, 다 잘 살자는 거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리면서 절대 뒤를 안 돌아봤다. 이것 저것 생각하면 일이 안 되니까. 사실 소송 걸리고 비난 받고 그게 뭐가 좋겠나. 사실 그냥 다 놔두면 아무 지장 없는 일이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 수도 없이 소송 당했다. 쟁점을 고민하고 그걸 건드리니까 본능적으로 논란을 향해 가는 것도 같고. 내 인생이 결국 순탄치는 않겠구나 하는 필이 온다.(웃음)

요새는 내가 왜 이러나 돌아볼 때가 있다. 나이가 든 거다. 어떤 사람은 '상무 하면서 프로그램에 얼굴 내밀고 잘난 체 한다'고 하고, '결제하고 해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사냐'고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고민 하는 것도 사치일 수 있다. 할 때까지 하는 거고, 내려올 시점도 자연스럽게 있을 거다.

-'먹거리 X파일'의 방향을 마지막으로 다시 정리하자면.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신뢰다. 먹거리를 통해서 서로가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착하게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도 돌을 벌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걸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착한 먹거리를 찾아 만들고 보급에 나서려고 한다.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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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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