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3-2>탈세주범 자료상
- 가짜 세금계산서 무단 발행해 수수료 챙겨
- 고철류·유류서 古金까지 '부가세 떼어먹기'
- 농수축산물 납품, 매출누락 소득세 탈루도
- 간접세무조사·자료상 신고포상등 확대해야

고철수집상들에게 고철류를 매입, 가공제품을 만드는 건실한 중소기업이었던 지방소재 A사는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년 동안 고철을 납품받은 도매상이 세무신고를 전혀 하지 않고 탈세를 저지른 이른바 '자료상'이었던 게 화근이다. 탈세를 위해 의도적으로 '유령업체'와 거래했다는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난 뒤 회사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
세무당국이 부과한 거액의 과징금에 불복, 소송을 벌인 끝에 승소했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해 부도까지 막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자료상'은 사업자등록을 해놓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무단으로 발행한 후 그 대가로 거래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거나 부가세를 부당하게 공제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재화와 용역의 유통과정에 기생하며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나라 곳간을 축내는 암적인 존재다.
알지도 못한 채 자료상과 거래를 지속할 경우 A사처럼 의도적인 탈세범으로 낙인찍혀 한순간에 폐업, 혹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는 단계로 추락할 수 있다.

정부가 2011년부터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의무제도를 도입한 후 자료상이 설 곳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유령' 자료상과 과세당국의 숨바꼭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2012년부터 매출 10억원 이상 사업자들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의무화됨에 따라 전자세금계산서 작성 의무사업자에 해당되지 않는 매출 10억원 미만 개인사업자들이 자료상의 유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고철과 유류의 유통 과정에서 자료상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기업이나 사업장의 꼼꼼한 거래처 관리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유령'을 추적하다보니 전체적인 피해규모도 세수누출도 통계적으로 산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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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탈세혐의자를 조기 색출하는 조사기법까지 도입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 신고내역에 의심이 갈 경우 일선 세무서 직원을 해당 사업장에 보내 자료상과의 거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까마'(중간상인)의 시장혼란은 고철류나 유류에 그치지 않는다. 수출시 영세율(세율 0%)이 적용되는 금의 유통과정을 악용한 부가세 떼어먹기도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처럼 면세 금지금(순도 99.5% 이상 금괴와 골드바)제도를 악용, 중간유통 과정에 '폭탄업체'를 만들어 수입한 금을 마치 세금을 낸 것처럼 둔갑시키고 해외에 팔아 과세된 금액을 환급받은 후 사라져버리는 사례는 거의 없어졌다.
금거래 전용계좌제도,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 면세금지금 납세담보제 등의 제도 보완장치가 폭탄거래들을 충분히 걸러내는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古金·소비자들이 사업자들에 파는 돌반지, 결혼반지 등)의 경우는 여전히 제도의 허점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부가세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금거래사업자와 사업자간 거래는 이제 국세청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됐지만 사업자들이 일반인들에게 매입한 금은 여전히 자료 없이 유통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주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과정에서의 세금누수는 부가세 항목만이 아니다. 일부 농축수산물 유통업자는 농축수산물이 부가가 면제품목이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 실제 거래가 있었음에도 없는 것처럼 속여 소득세를 탈루하기도 한다.
농민에게 농산물을 구입하고 음식점에 납품했지만 자신들이 유통과정에 개입하지 않은 것처럼 매출에서 누락시키는 방법이다. 세금계산서도 작성되지 않으니 과세당국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 유통으로 이뤄진 거래인지 파악하기 버겁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면세업종의 거래를 국세청에 신고하게 하는 전자계산서제도를 마련해 시범실시할 예정이다. 별도로 국세청도 올해부터 농축수산물 유통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일선 세무서 직원들에게 현장점검 지시가 이미 내려간 상태며, 단계적으로 현황을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수누출 대책과 관련, 납세자연합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법인과 사업자 등에 성실신고확인제와 같은 간접세무조사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자료상 등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확대해 직접적인 보상을 해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