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5-2>차명계좌 악용 탈세 '백태'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명의를 빌려주면 당장 20만 원을 현금을 준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넘겨준 것이다.
A씨가 넘겨준 자신의 정보는 인터넷 도박 사업자의 차명계좌로 쓰여 졌고 이들이 국세청에 적발되면서 범죄자의 차명계좌 개설을 도와준 혐의를 쓰게 됐다. 개인정보만 빌려주면 20만 원을 준다는 유혹에 넘어가 불법인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준 A씨는 기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A씨와 전화통화를 해 봤는데 선생님이 되려고 준비 중인 평범한 취업준비생 이었다"며 "임용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를 듣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료상'이나 사채업자 등 불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업자들이 차명계좌를 통해 이익을 숨기려는 사례가 줄지 않으면서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이 탈세와 범죄의 늪에 별 다른 생각 없이 빠져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소득자의 차명계좌 활용도 만연해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영향력이 높은 카페와 블로그를 운영하는 A씨는 자신의 명성을 활용해 800여 차례 이상의 공동구매를 중계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판매금액의 5%를 챙겨 왔다.
사업자 등록도 돼 있지 않던 A씨는 공동구매 수수료를 통해 얻은 7억 원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자녀와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받아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이 조사를 벌인 결과 A씨는 이 7억 원을 포함해 총 14억 원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씨는 탈루소득 14억 원에 대한 소득세 8억 원을 추징당했다.
불법 사금융 업체 등 검은 돈의 흐름을 차명계좌를 통해 탈세하는 사례도 더욱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진 채 여전히 성행 중이다.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코스닥업체 C사에 자금을 대여했다. 그리고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는 D사를 설립해 D사가 C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몄다.
B씨는 C사로부터 연 42%의 높은 이자를 받았고, 이 이자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직원과 친인척 10여 명의 차명계좌에 소득을 분산 예금해 세금을 피해나갔다.
과세당국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D사가 운영하는 펀드에 내국인 10여 명이 투자를 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자금원 등을 조사, 모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B씨에게는 이자소득 신고누락 관련 세금 220억 원을 추징했다. 아울러 세금 포탈 죄질이 무거운 점을 감안해 검찰에 고발 조치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