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변호사로 돌아온 이광범 내곡동 특별검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에서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특별검사로, 특별검사에서 다시 변호사로….'
지난해 말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특별검사로 활동한 이광범 변호사(54·연수원 13기). 그는 25년의 판사생활을 마치고 2011년 변호사로 새출발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장 비서실장, 인사실장, 사법정책실장 등 법원내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법관' 출신이다. 법원내 진보성향의 학술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로도 유명하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수사 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판사 아닌 변호사 '이광범'
이 변호사는 후임 법관들의 두터운 신뢰를 뒤로 하고 판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변호사는 "당시 법관으로서의 역할은 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때가 됐다는 생각에 변호사 개업을 결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퇴임 후 그는 의뢰인들과 땀냄새, 술냄새를 섞으며 고락을 함께했다. 구치소 수감자들 면회도 개의치 않았다. 판사로 일할 때와는 여러 가지가 달랐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판단자가 아닌 주체적이고 주관적인 입장에 서보고 싶었다"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수행이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의뢰인들과 함께하다보니 당사자의 아픔과 억울함이 판사 시절보다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형사사건 중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판사 시절 항소심에서 석방되면 (피고인 입장에서) 다행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당사자가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보람 있는 사건도 많았다. 이 변호사는 여대생이 수업 준비 중 학교에서 다쳐 생긴 장애로 학교 측과 벌인 소송에서 1심 패소를 뒤집고 조정을 이끌어낸 사건을 얘기하며 "이런 사건들은 기억이 아닌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수임료와 상관없이 이런 사건들은 잘되고 나면 인간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고 미소지었다. 이 변호사는 서초동에 사무실을 열고 송무 위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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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0년 가까이 법관생활을 했기 때문에 민사·형사·신청사건 등 모든 송무에 특화돼 있다"며 "법원 모든 곳에서 근무한 만큼 한 사건에 대해 1∼3심까지도 일관해서 변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광범 특별검사, 내곡동 의혹 수사와 그 이후
이 변호사는 변호사로 한창 일하던 지난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야당에서 추천한 특검, 게다가 현직 대통령이 얽혀있는 사건이라 부담감이 컸다.
그는 "특검하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라면서도 "주어지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국민의 의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당시 특검팀은 이 변호사와 이창훈·이석수 특검보를 비롯해 파견검사와 특별수사관, 검찰공무원 등 총 75명으로 구성됐다. 이 변호사는 특검 개소식에서 "금기나 성역없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히고 수사를 개시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바로 다음날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5)를 출국금지 조치했고 열흘 뒤 시형씨를 소환조사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특검에 소환된 것은 처음이었다.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으나 경호처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와 수사기간 연장 신청 거부 등 여러 악재로 특검팀은 시형씨 등 대통령 일가는 기소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인종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68)과 경호처 직원 김태환씨(57)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불구속기소했고 심모 청와대 경호처 시설관리부장(47)도 재판에 넘겼다.
이 변호사는 "당시 많은 인력과 30일의 짧은 수사기간, 여기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있었다"며 "그래도 조직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도와줘 수사는 상당히 잘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김 전처장 등의 재판이 계속되고 있어 특검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가 끝나 이 변호사는 본업으로 복귀했다. 이 변호사는 "특검 임명으로 미룬 사건을 복원하는 데만 2~3개월 걸렸다"고 했다.
게다가 이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L.K.B&파트너스가 최근 사무실을 2배로 확장하고 새로 변호사도 영입해 이 변호사는 다른 생각 없이 변호사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소위 전관이라고 해서 의뢰인들이 돈을 싸들고 오지는 않는다"며 "사무실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