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사업 끝내 "몰락"…주민들 앞날은?

용산개발사업 끝내 "몰락"…주민들 앞날은?

뉴스1 제공
2013.04.09 16:25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청산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청산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소속 용산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지난 3월15일 오전 서울 서부역 앞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News1 한재호 기자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소속 용산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지난 3월15일 오전 서울 서부역 앞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News1 한재호 기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8일 청산절차에 돌입하기로 한 가운데 사업 철회에 따른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다수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새로운 건설사를 찾아 사업을 정상화시키자'고 주장하지만 '당초 사업 추진은 지역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라며 개발 반대를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제2의 용산참사'와 2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서부이촌동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용산개발 철회 후폭풍…"제2의 용산참사"

"이제 딸한테 차비도 못주게 생겼다. 어제는 그나마 갖고 있던 일말의 희망도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9일 서울 용산구 이촌2동의 한 중화요리집. 손님이 가장 많은 점심시간에 테이블을 닦고 있던 주인 서모씨(58·여)는 청소를 하다가도 한 두번씩 의자에 걸터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총 사업비만도 31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민간개발사업으로 주목받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6년만에 청산절차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 지역 주민들은 시름에 젖어 서울시와 코레일을 원망했다.

상가세입자단체 소속인 서씨는 "132만원의 월세가 몇달 동안 밀려 서울시로부터 빌린 돈만 수천만원인데 이제는 갚을 방법이 없다"며 "남한테 사기치고 돈 훔치는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막가파 정신밖에 없다"며 "오세훈을 비롯해 서울시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면 제2의 용산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유자씨(63·여)도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빚더미에 앉혀놨으니 용산참사보다 더한 참변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청산절차 이후 불어닥칠 후폭풍을 예고했다.

청산절차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는 지역 주민 이모씨(66)는 "우리를 6년 동안 괴롭혀온 놈이 결국에는 성과도 없이 사라진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며 "내 주변만 해도 뉴스를 보고 졸도한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개발사업을 찬성해온 지역 주민들로 서울시 등이 나서서 지난 6년간 주민들이 안게 된 빚을 탕감해주고 육체적·정신적 피해보상, 생계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촌2동 11개구역 동의자대책협의회의 무료 변론을 맡은 박찬종 법무법인 한우리 대표변호사와 협의회 임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새마을금고에서 정부주도 개발사업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News1 박정호 기자
이촌2동 11개구역 동의자대책협의회의 무료 변론을 맡은 박찬종 법무법인 한우리 대표변호사와 협의회 임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새마을금고에서 정부주도 개발사업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 주도로 재추진" vs "개발 반대"

서부이촌동 개발동의 단체인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협의회)의 이상규 위원장은 "정부 주도하에 하루속히 사업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개발사업으로 약 62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36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사실상 부동산 거래가 제한돼 오면서 지역민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이 재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협의회의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31조원 규모의 개발사업이 59억원의 이자비용을 막지 못해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개발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를 위해 전문성 갖춘 건설사를 사업주체로 선정하고 규제 완화 등 서울시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경험이 풍부한 건설사가 사업주체가 돼야 사업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늦장 행정처리로 사업을 지연시켜온 서울시는 건물 높이·용도·용적률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07년 8월 서울시가 용산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개발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서부이촌동주민연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하루빨리 구역지정 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승문 비대위 총무는 "또다시 주민들의 재산권을 강탈하려 하는 행위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며 "이주대책기준일과 구역지정을 해제해 주민들의 재산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개발반대 단체인 생종권사수연합(생사연)도 서부이촌동의 구역지정 해제 등을 주장하며 11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손해배상 청구해야" vs "무의미한 소송"

협의회는 서울시, 코레일 등을 상대로 2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무료변론을 맡은 박찬종 법무법인 한우리 변호사는 "개발사업이 파산할 경우 2007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주민들의 정신적·물질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주민들은 서울시 홍보책자의 내용을 믿고 생활비, 학자금, 이주시 거주할 공간을 마련키 위해 대출을 했다"며 "그러나 개발지연으로 금융비용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경매로 넘어가는 집들이 속출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서부이촌동에서 이뤄진 경매건수는 2007년 28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약 4배 늘었고 현재 진행 중인 건과 예정된 건까지 합치면 150여건이다.

또 한우리에 따르면 이번 소송 규모는 최소 2200억원대로 △이주비 명목으로 빌린 가구당 약 4000만원의 은행대출금 △구역 내 상권 황폐화로 인한 상가의 매출감소 △개발계획 발표 뒤 상승한 공시지가에 따른 재산세 인상분 △새 주거지에 전입신고를 하지 못해 입은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이다.

박 변호사는 "시행사가 주선해 주민의 70%가 이주비용으로 대출을 받아 지난 6년 동안 문 이자만 평균 5000만원 내외"라며 "소송이 이뤄지기 전에 국가가 관심을 갖고 배상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사연은 협의회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재홍 생사연 대변인은 "드림허브가 파산하기 전에는 소송을 할 수 없고 드림허브가 파산하고 나면 소송을 해봐야 손해배상을 해줄 책임자가 없다"며 "주민들은 배당신청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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