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사기 등 경제범죄를 범하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공소시효기간 동안 외국에서 지내는 방법으로 법의 심판을 회피한 것이다. 이후 외국으로 도피한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중단되도록 법률이 개정됐고 다른 나라와 범죄인 인도 협정도 체결됐다.
최근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의 자금 소유자중 한국인도 상당수 있다는 소식으로 사회적 파장이 크다. 역외자금관리에 있어서도 이와 유사한 조치가 필요하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각국이 세수확보차원에서 역외자금을 파악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좋은 기회로 보인다. 글로벌 및 디지털시대에 역외금융정보의 투명화는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인 대세로 보인다.
OECD는 조세피난처를 세가지로 정의한다. 세금이 없거나 명목상의 세율, 세법 적용상 투명성의 결여, 그리고 다른 정부와의 정보공유의 제한이다. 조세피난처에 자금이 유입되는 규모는 전세계 GDP의 3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조세피난처에 은닉한 자산규모가 중국, 러시아에 이어 3위로 알려졌다.
조세피난처는 라구안, 케이만, 버뮤다, 마살,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조세피난처는 세제유인책이나 금융정보비밀보장 등으로 해외자금을 유인해 이를 통한 은행계좌 유지 수수료나 법인설립수수료 등을 그 주된 수입원으로 삼는다. 실제로 버진아일랜드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임에도 관광이나 사탕수수재배외는 달리 산업이 없으나, 일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보다도 훨씬 높다.
하지만 이제 조세피난처도 점차 관련 정보공유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금융정보비밀보장으로 유명한 스위스는 자국의 최대은행인 UBS가 미국인의 세금탈루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받은 바 있었다. 이를 계기로 스위스도 금융정보의 비밀주의를 완화하고 있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유형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 스위스 비밀계좌에 입금해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조세피난처에 역외펀드를 설립하고 외자유치를 가장, 주가를 조작하기도 하고 계열회사에 부당자금지원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해외계좌관리에 노력해 잔액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인 경우 신고를 하도록 해 왔다. 내년에는 이 대상을 채권, 파생상품으로 확대하고 총자산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 미신고시는 형사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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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는 더 강력하다. 모든 해외금융기관에 대해 미국인 소유의 은행계좌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직접 통보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미국내 해당은행의 이익의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제도 개선과 함께 앞으로는 국제공조를 통한 역외금융정보의 투명성확보가 중요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가 17개 조세피난처와 체결한 조세정보공유협정을 좀더 확대해야 한다. 역외금융정보에 대하여 자진신고를 유도할 필요도 있다. 일정기간내 신고하는 경우에는 한시적으로 과거의 자금부분에 대해 문제삼지 않는 방법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이같은 조치를 통해 조세피난처 등의 자금을 제도권으로 수용, 이들 자금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탈세 등 범죄에 사용되는 자금의 은닉처가 차단되면 범죄유인을 단절하게 돼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세피난처로의 자금 유출은 단지 탈세 등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성장잠재력 유지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역외탈세방지책은 국가자산 내지 국가성장잠재력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역외탈세의 심각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전제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역외자금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역외금융자산의 효율적인 관리는 곧 세수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복지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같은 선순환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구현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