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산 말보로, 국내용보다 화재에 안전?

유럽에서 산 말보로, 국내용보다 화재에 안전?

최우영 기자
2013.05.13 15:41

'저발화성 담배' 법제화 '지지부진'…담뱃값 올리려 눈 부릅뜨기 전에 현안부터 해결해야

저발화성담배 원천기술을 보유한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법제화 되지 않은 한국에서 화재위험성이 높은 담배를 팔고 있다. /사진= 각사 홈페이지
저발화성담배 원천기술을 보유한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법제화 되지 않은 한국에서 화재위험성이 높은 담배를 팔고 있다. /사진= 각사 홈페이지

국내 시판 담배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판매되는 담배에 비해 화재 위험이 크지만 정작 법령의 미비로 '저발화성 담배' 도입이 미뤄지고 있어 법제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U(유럽연합)와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꺼지는 '저발화성 담배'의 생산·판매를 법률로 정해 산불 등 봄철 화재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저발화성 담배 의무화 도입방안 연구를 용역 발주한 데다, 도입 시기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어 뒷북만 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뱃불 화재에 따른 재산과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저발화성담배' 도입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발화성담배 기술… '로열티'가 문제

저발화성(LIP:Low Ignition Propensity)담배는 궐련지(담뱃잎을 감싸는 종이)에 코팅물질을 발라 산소흡입률을 낮춰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고 가만히 놔둘 경우 75% 이상 확률로 자동으로 꺼지는 담배를 뜻한다.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 EU에서는 2011년부터 모든 담배를 저발화성담배로 생산하도록 법제화했다. 캐나다와 미국 대부분 주에서도 저발화성 담배로만 생산이 가능하다.

필요한 핵심 기술은 종이. 일반 궐련지에 공기구멍을 줄인 코팅종이를 추가로 붙여 흡연자가 담배를 빨아 산소를 제공하지 않으면 저절로 꺼지는 구조다.

제조법은 극비사항이다. 마치 코카콜라 제조공정을 아는 기술자가 드문 것과 비슷하다.

이학수 충북대 특용식물학과(구 연초학과) 교수는 "담배맛을 내기 위한 향료배합 및 잎 비율 등과 마찬가지로 저발화성담배 제조기술 역시 회사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일반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담배제조사인 KT&G는 원천기술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고, 기술을 가진 다국적 외국 담배 회사들은 기술을 확보하고도 국내법이 마련되지 않아 도입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등을 만드는 필립모리스와 던힐과 켄트 등을 생산하는 BAT(브리티시-아메리칸 토바코) 등 원천기술을 가진 다국적 대규모 담배제조사들은 "법제화가 되지 않았는데 굳이 저발화성 담배를 한국에서 판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외국산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 관계자는 "본사에 기술이 있는 것과 국내판매 담배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우리도 국내에 도입하려면 기계를 다시 사고 준비하는 등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해 일단 법제화가 되면 사업자로서 방침에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던힐과 켄트 등을 생산하는 BAT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발화성담배 제조가 의무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언제 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나온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외국계 담배사 중 국내 판매 1위인 필립모리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9%를 기록했다. BAT코리아의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4%다.

국내 담배제조업체 KT&G도 미국, EU 등에서 판매하는 수출용 담배에는 저발화성 궐련지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용 담배는 외국계 담배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아직 원천기술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 물론 외국사에 코팅종이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한다.

KT&G 관계자는 "로열티 지급은 담배 원가와 관련된 기업비밀이기 때문에 외부에 알릴 수 없다"면서도 "로열티를 지급하고 국내 판매 담배에도 기술을 도입할 경우 소비자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자체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팅물질 도포 및 고속생산에 관한 자체기술을 개방중"이라면서 "법제화가 되지 않더라도 국민안전을 위해 선도적으로 연내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저발화성 담배 법제화 시… 연간 '100명 사상' 보호 기대

13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담뱃불화재로 28명이 사망하고 189명이 부상당했다. 재산피해는 161억30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화재 건수 8만7123건 중 담뱃불화재만 1만3392건으로 15%가 넘는다.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오는 산불 원인도 담뱃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발생한 2298건의 산불 중 9.3%가 담뱃불로 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재민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계장은 "저발화성담배가 도입된다면 화재가 줄어 국민의 재산도 보호하고 소방관의 불필요한 출동이나 순직, 부상을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현재 발생하는 화재사고의 20%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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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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