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판사 "웅진 회생절차, 성공 사례로 평가받을 것"

이종석 판사 "웅진 회생절차, 성공 사례로 평가받을 것"

대담=서동욱 정치부 차장, 정리=김정주, 사진=이동훈 기자
2013.09.03 06:48

[머투 초대석]이종석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 "법정관리 부정적 시각 바뀌어야"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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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에 실패했다고 해서 모두가 부도덕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이종석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52·연수원 15기)는 자금난을 겪다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이 수석부장은 "파산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빚을 진다'는 것을 부도덕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빚에서 탈출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별관 301호 집무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지난해 2월부터 파산부를 이끈 이 수석부장은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라질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서울중앙지법에 신청된 기업의 법정관리 건수는 모두 136건이다. 2008년 연간 신청 건수(110건)의 두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특히 부채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사건의 경우 2011년 19건에서 지난해 35건으로 184%나 늘었다. 이 중 1000억원 이상 규모 사건이 두배 이상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속도라면 지난해 신청 건수(268건)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들이 급증한 이유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대형 건설회사들이 법정관리를 택했다는 게 법원의 관측이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맡긴 기업이 매년 늘어가는 원인을 건설경기 악화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기업회생절차가 대폭 간소화된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2011년 4월 도입한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패스트트랙은 적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기업회생절차를 간소화하고 채권단의 의견을 반영해 최소 6개월 안에 회생절차 졸업을 유도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된지 2년이 지난 지금, 이 수석부장판사는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복귀하도록 돕는다는 면에서 당초 의도했던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패스트트랙의 성과를 말한다면.

▶ 기업회생절차는 재정위기를 겪는 기업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이용하는 제도다. 기업들이 제도를 이용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기업회생신청 이후 신용이 추락하는 등 반대효과를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다. 또 회생절차 기간이 길면 길수록 신용추락 역시 커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 회생절차가 신속하게 진행·종결돼야 하는 이유다.

패스트트랙은 우선 신속한 절차 진행과 조속한 시장 복귀를 추구함으로써 회생절차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증대시켰다. 무엇보다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원해 이해관계인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회생절차 시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 채무자와 채권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 어느 한쪽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도록 노력한다. 또 투명한 정보제공, 이해관계인의 참여 확대에 따른 소통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채권자협의회에 채무자 회사의 비용으로 법률자문과 회계자문을 제공하고 소액채권자, 소액 주주 및 근로자 대표를 대상으로 이해관계인심문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의견을 청취해 이를 회생절차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로 인해 기업 오너들이 부실 책임을 회피하고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있다.

▶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한다는 것은 기업의 모든 자료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의미다. 경영자의 부실을 감출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게다가 채권자협의회의 기능 강화, 자금관리위원의 파견,채권자협의회가 추천한 구조조정담당임원(CRO·Chief Restructuring Officer) 위촉을 통한 투명한 절차 진행, 인가 후 출자전환을 통한 지배구조의 변동 등을 고려하면 DIP제도가 기존 경영진이 부실 책임을 회피하고 영향력을 유지하게 한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

회사의 안정화, 절차의 효율적인 진행 등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다만 적절한 견제장치를 통해 절차진행을 할 필요는 있다. 기업회생절차에서 DIP제도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일본 동경지방재판소에서도 최근 회사갱생절차에 DIP형 갱생모델을 도입했다고 한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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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채무가 유예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회생절차는 모든 채권자들에게 자신의 순위에 맞춰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기업가치 배분을 해야되기 때문에 채무 동결 등은 불가피하다. 다만 기업에 여력이 있을 경우 상거래채권의 조기변제 등을 통해 상거래채권자들에 대한 보호가 가능하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환기업 사건에서 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각한 부동산 대금을 활용해 하도급업체와 소액상거래채권자에 대해 상당한 비율의 조기 변제가 이뤄졌다.

-지난해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 경우 기습적으로 법정관리 신청하고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었다.

▶ DIP제도에 대해 법원의 시각과 금융계의 시각이 다르다. 웅진 사건에서 신청 당시에는 언론뿐만 아니라 금융계 쪽에서도 DIP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현 시점에서 볼 때 채권자들은 이 제도 때문에 불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관리인 못지 않은 권한을 가진 CRO를 선임해 많은 권한을 부여했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법률 자문이나 회계 자문도 받도록했다.

채권자협의회에서는 기존 경영인을 관리인으로 선임한 것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채권자협의회의 감독을 받는 DIP제도는 회생절차가 채무자의 경영노하우를 살리면서도 관리인을 효과적으로 견제해 회생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물론 이 제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도 있으나 법원 입장에서 최대한 노력해서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힘쓸 것이다. 2006년 DIP제도로 바꿀 때 입법부에서 충분히 검토했다. 시행 몇 년만에 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처럼 지적하는 건 적절치 않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정관리 신청 조건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회생절차를 구조조정의 하나의 절차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고 법원을 통해 진행되는 재판절차다. 따라서 기업이 재기하기 위해 신청하는 재판절차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태도는 채권자인 은행들이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고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중소기업인 점에 비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중소기업보호와는 배치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CRO의 실효성이 있나.

▶2010년 이후에는 채권자협의회의 기능이 강화되고 이해관계인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 우선 채무자와 채권자협의회의 견제와 협상 등을 통해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CRO를 통해 기존 경영자에 대한 적절한 견제도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웅진홀딩스나 극동건설, 한일건설 등의 경우는 채권자협의회에서 주도해 제1회 관계인집회 전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채권자협의회측에서도 CRO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한다. CRO가 선임되면 회사 업무나 재무에 관한 현황을 보고 받고 CRO 결제 없이는 법원에 허가신청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향후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법원이 DIP원칙에 따라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면서도 CRO에게 강력한 견제 권한을 부여하고 회계 법인과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게 함으로써 채권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특히 채권자들과 채무자가 적극 협조해 최초로 사전계획안이 제출되고 신속히 인가가 이뤄졌으며 지금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른 M&A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법정관리의 개선점 및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 중소기업에 적합한 회생절차에 관한 규정이 도산법에 마련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현행 도산법에 따른 회생절차를 진행하기에 인적, 물적 자원에 한계가 있다. 또 회생절차가 진행중이거나 회생계획이 인가된 기업에 대한 DIP 파이낸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고 관행이 변화돼야 한다.

최근 미국의 디트로이트 시가 사상 최대규모(약 20조)의 파산신청을 했는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중에도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 파탄 상태에 이르는 경우에 대비해 도산법에 지자체의 회생절차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입법이 있어야 한다.

-지난 3월부터 중소기업청과 협력해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 회생컨설팅은 어떤 성과가 있었나.

▶ 현재 계속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현재 회생컨설팅 협약이 완료돼 진행하는 기업은 5곳으로 알고 있다. 아직 제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업체가 제1회 관계인 집회를 신청한 정도여서 하반기에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청 예산으로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는데 활성화가 된다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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