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동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 동양 현회장의 마지막 구원요청 뿌리쳐

대기업 오너들의 가족 관계는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마지막 구원 요청을 아랫동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끝내 뿌리쳤다.
오리온그룹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다"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당초 동양그룹은 오리온그룹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총 5000억∼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 이를 통해 1조1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상환한다는 구상이었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각각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두 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을 배우자로 둔 동서지간이다. 아랫동서인 담 회장이 윗동서인 현 회장에 대한 도움을 거절한 것이지만, 동시에 여동생이 언니를 저버린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두 동서·자매 부부는 그동안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혈연'은 결국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대기업 오너 일가에서 재산 문제로 끝내 형제애를 저버린 사례는 부지기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81년 부친 고 김종회 한화그룹 창업주가 타계한 뒤 재산분할 분쟁을 벌여 무려 31차례나 재판을 했다. 이들은 결국 1995년 할머니 장례식 때 만나 재산분할에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형제 사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김 회장은 1992년 재산 분쟁 탓에 수면장애, 우울증 등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도 2005년 이른바 '형제의 난'에 휘말렸다. 박용곤 명예회장이 고 박용오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박용성 회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진 형제 간 분쟁은 2009년 박용오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졌다.
한진그룹에서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타계 후 법정으로까지 간 형제 간 재산 분쟁이 2009년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에게 승소하면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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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2009년 6월 박삼구, 박찬구 회장 형제 간 분쟁 끝에 결국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으로 사실상 쪼개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부 집안에서는 친척 간에도 비즈니스 관계 때문에 외삼촌 뻘인 사람이 조카 뻘에게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쓰기도 한다"며 "가족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문제를 최우선에 놓는 경향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