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백영심 "태평양의 물 한방울처럼 살래요"

간호사 백영심 "태평양의 물 한방울처럼 살래요"

뉴스1 제공
2013.10.24 18:35

[인터뷰] 25일 한적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 수상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국제적십자위원회로부터 올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紀章·Medal)" 한국 수상자로 선정된 백영심 아프리카 말라위 대양누가병원 간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정회성 기자
국제적십자위원회로부터 올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紀章·Medal)" 한국 수상자로 선정된 백영심 아프리카 말라위 대양누가병원 간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정회성 기자

"이태석상과 나이팅게일 기장 수상 소감이요? 그런 거 없어요. 부끄럽고 부족합니다.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그 분이 받으셔야 하는 걸 제가 대신 받은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잘 하라는 응원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25일 열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 시상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백영심씨(52·여)는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상을 받기 위해 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는 신념 때문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2년마다 수여하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은 다른 간호사들에게 모범이 된 활동을 해온 간호사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말라위 대양누가병원 미션디렉터인 백씨와 제주도 간호사회 간호봉사원 남상옥씨(66·여)가 선정됐다.

백씨는 지난해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이태석상을 받기도 했다.

백씨는 간호사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한 건 어린 시절이다.

그는 "8살 위의 큰 언니와 5살 위의 오빠는 각각 간호사와 의사가 꿈이었다"며 "그러나 나를 위해 의료인의 꿈을 접은 언니와 오빠의 희생이 없었다면 간호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너라도 꼭 간호사가 되라"는 큰 언니의 끊임 없는 격려와 '꼭 의사가 되고 싶다'며 아버지 앞으로 쓴 오빠의 편지를 보면서 간호사에 대한 꿈을 굳혔다.

심씨는 "제 롤모델은 언니, 오빠입니다. 언니, 오빠가 의료인은 아니지만 형제들을 보면서 어떤 의료인이 될지 많이 생각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다 보니 간호사가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뛰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백씨는 졸업 후 일하게 된 고려대병원 간호사를 그만두고 돌연 케냐로 떠났다. 케냐와 같이 의료인력이 부족한 곳에서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봉사를 실천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케냐에서 마사이 부족을 상대로 의료봉사를 할 때는 이 지역 질병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간호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백씨의 의료봉사는 케냐에서 그치지 않고 말라위로 이어졌다. 그는 "더 욕심이 나는 거예요. 그냥 치료만 해주는 게 아니라 이들이 안정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18년간 말라위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보건소와 200병상 규모의 대양누가병원을 설립했고 지난 2010년에는 갑상선암 투병 중에도 대양간호대학을 세웠다.

최근에는 장기 프로젝트로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고 우리나라의 IT기술을 활용해 IT대학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

그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 말씀처럼 우리의 일이 태평양의 물 한 방울 정도이지만 이 물 한 방울이 있기 때문에 태평양이 존재하죠. 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타지 생활이 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백씨는 "그때마다 불평하지 않고 항상 순종한다는 마음으로 일한다"며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 사는 것은 똑같으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더 열심히 살 겁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하나씩 인내심 갖고 꾸준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라며 갑상선암을 앓으며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더불어 백씨는 해외봉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결코 우리가 잘 산다고 해서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줘야죠. 돕는다는 생각보다 함께한다는 생각을 갖고 가세요"라고 당부했다.

그는 25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108주년 기념식에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 시상식에 참석한 뒤 또다시 말라위로 돌아간다.

백씨는 "의료시설의 현대화가 목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사람을 키우는 투자라고 생각하면 모든 힘든 것들이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치료만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로부터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조적으로 돕고 싶다는 것이다.

"살아있을 때 좀 더 에너지를 쓰고 가고 싶다"는 백영심씨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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