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숙 "'폭력' 해결책은 편안하고 느긋한 사회"

이명숙 "'폭력' 해결책은 편안하고 느긋한 사회"

뉴스1 제공
2013.10.27 09:05

[인터뷰] "도가니" 피해자 변론,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이명숙 변호사.(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News1 박지혜 기자
이명숙 변호사.(법무법인 나우리 대표) News1 박지혜 기자

"일반 민사사건, 행정사건 등은 소송 한 번으로 끝나지만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제가 하는 사건들은 피해자들의 인생이 걸려 있는 사건이에요. 아동학대사건 하나를 해결해 부모를 처벌하고 고소하면 아이는 어디로 가나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무법인 나우리 사무실에서 만난 이명숙 변호사(50·법무법인 나우리 대표)는 오랜 기간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아동'을 위한 변론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에 대해 담담히 말했다.

이어 "저는 그들의 긴 인생에서 한 점 사건을 변론한 것뿐이기에 그들이 사건 후에 어떻게 할지, 그들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등을 고민해요"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 자문위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성남지부 이사, 가정법률상담소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 대한변협 인권이사 등을 역임했다.

또 '도가니' 인화학교 무료법률지원단으로 활동하거나 '조두순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기도 하는 등 한국의 아동인권사에 한 획을 긋는 여러 활동도 함께 해 왔다.

이 변호사는 이런 특정 분야의 사건을 주로 맡아온 이유를 얘기하며 대학시절의 경험을 조심스레 떠올렸다.

"(제가 사법시험을 공부하던 때는) 민주화운동, 대학생들이 항쟁을 많이하던 시절이에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최루탄 냄새가 너무 매워서 공부를 못했어요. 다만 갈등은 있었죠. 남들은 사회를 위해 운동하고 있는데 나는 뭔가."

이어 "당장 같이 어울려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비겁한 행동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돼 좋은 것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인권변호사지만 이 변호사는 특정 분야에 대한 변론을 오래하면서 느꼈던 고충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땐 관련 법률도 없고 관심을 갖는 사람, 변호사 등도 없는 분야였다"며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에서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사람들이 재판을 진행하게 되면 감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성매매, 가정폭력 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한번이라면 할 수 있는 거지, 가볍게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다들 그 정도는 참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거죠"

이렇듯 이 변호사가 느껴온 가장 큰 벽은 '사회'였다.

이 변호사는 대한변협 인권이사로서 최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법률지원을 진행하면서 사회로부터 느낀 '벽'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이 변호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너무 고령이다 보니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절박하다"면서도 "'매춘부'다, 일본은 더 이상 책임질 게 없다는 식으로 개별적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목소리들이 일간베스트니 뭐니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정의 역할,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개선 등을 강조했다.

"국회, 정부도 형량을 높이는 등 일은 많이 했죠. 법원, 검찰도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말은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걸 보면 이솝우화가 생각이 나요. 바람은 행인의 옷 벗기기에 실패했지만 햇님은 성공했다는 얘기.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해요."

이 변호사는 "먹고 살기 힘들어 사회가 불안정해지면 그 스트레스를 가정에 풀게 된다"며 "가정에서 상처받고 학대를 받으면 밖에서 당한대로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생각을 바꿔 나가는 가정이 늘어나면 법조계도, 사회도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편안하고 느긋해질 수 있도록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정부, 국회에서 장기적인 긴 플랜을 짰으면 좋겠어요.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치유해줄 기관이 필요해요. 문제가 있다면 처벌·격리뿐 아니라 직장을 연결해준다든지, 알콜중독을 끊을 수 있게 한다든지, 친인척들을 연결해준다든지. '네트워크'가 필요해요."

현재 이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실제로 이같은 상담실과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조두순 사건, 도가니 사건 당시 등에도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이혼, 손해배상 등을 받아주는 건 인생의 단 한 부분일 뿐"이라며 "피해자들이 근본적으로 온전히 설 수 있도록 상처를 치유해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이같이 오랜기간 아동·여성의 권리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8일 제7회 의암주논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일을 많이 했다고 주는 상이 아니라 주변을 위해 일을 더 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다"며 "앞으로 사회정의 차원에서 일을 하는 후배 변호사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며 조심스레 소감을 털어놓았다.

<저작권자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뉴스1 바로가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