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지경이다. 집권 여당의 실세가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실린 내용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열변을 토했단다. 국정원이 2급 비밀로 취급한 국가 주요 정보를 찌라시를 통해 입수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14일 김무성 의원(62·새누리당)이 부산에서 유세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라며 인용한 내용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 일부와 '토씨'까지 같단다.
야당에서는 김 의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봤거나 회의록에 담긴 일부 내용을 따로 전달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펄쩍 뛴다. 김 의원 주장이 맞다면 국가 주요정보가 찌라시로 돌아다닐만큼 정권의 나라 운영이 엉망진창이라는 반증이다. 그런데 희한하다. 김 의원을 제외하고 '그 찌라시'를 봤다는 사람이 없다.
증권부에서 몇 년을 보낸 경험상 그 정도로 찌라시가 흘렀다면 '돌고 돌아' 내 귀, 아니면 적어도 정보를 다루는 언론사에는 입수돼야 정상이다. 다들 이쯤 되면 숨겨뒀던 찌라시를 끄집어 낼 때도 됐으련만 조용하기 짝이 없다. 김 의원이 봤다는 찌라시는 '그 분'만을 위한 '1인 고급 찌라시'였나 보다.
고위층의 찌라시 운운은 김무성 의원에 그치지 않는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58)도 찌라시 타령을 했다. 조 청장은 6월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 차명계좌 발언 관련 항소심 공판에서 차명계좌 정보를 찌라시를 통해 알게 돼 확신하고 강의에서 발언했다고 항변했다.
찌라시는 증권가에서 난무하는 근거없는 소문이다. 요즘처럼 정보 첨단화 시대에서는 메신저와 SNS 등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퍼진다. 일반적으로 '받은글'로 시작하는 찌라시는 연예가 추문부터 제법 잘 포장된 느낌의 재벌자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찌라시에 실린 이야기 대부분이 밑도 끝도 없다는 사실. 간혹 '윗 분'들이 "한번 알아봐라"고 하면 초주검이 된다. 근거도 없는 일을 사실로 확인하려면 품은 품대로 들고, 남는 것은 없다. '윗 분'과 사이는 '당연히' 틀어지게 마련이다.
찌라시는 죽음도 불러온다. 최진실씨는 '사채업'을 했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미삼아 던진 돌에 애꿎은 스타가 목숨을 내던진 셈이다.
참여정부부터 찌라시에 대한 단속은 강화됐다. 2005년 3월 연예인 X파일이 터졌을 때 노무현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7명을 적발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단속을 벌이지만 확산 속도에 비해 결과는 미미하다. 올해도 경찰은 9월부터 사설정보지(찌라시)에 대한 특별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암세포처럼 퍼져 나가는 속도에 비해 단속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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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찌라시를 대한민국에서 '뭐 좀 뀌고 산다'는 분들이 이처럼 신봉할 지 몰랐다. 찌라시의 실체를 밝히지 힘들다는 점을 노려 책임소재를 미룬 것이 아닐까 싶다.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찌라시,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해됩니다"고 수사를 축소하지는 않을 런지.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찌라시에 휘둘리는 국격 낮은 공화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