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국토부와 서울항공청의 '떠넘기기 행정'

[현장+]국토부와 서울항공청의 '떠넘기기 행정'

이창명 기자
2013.11.18 16:04

국토교통부 "서울항공청에 알아보라", 서울항공청 "국토교통부에 알아보라"…"공무원답다"

LG전자 헬기가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에 부딪혀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 사건 조사를 책임진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대참사는 면했지만 사고 이후 나오는 의혹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진실에 목마른 이들이 적지 않지만, 국토교통부와 서울항공청은 서로 미루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전화는 돌고 돌아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다. 줄기차게 전화해도 헬기 사고 의혹을 둘러싼 해명은 명쾌하게 들을 수 없다. 예부터 악명 높은 공무원들의 전화 돌리기가 실감났다. '국민의 알권리'는 공무원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18일에도 추측성 보도와 인터넷 댓글이 확산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전문가와 항공업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서울지방항공청에 전화를 걸었다.

이날 오전 포털에 뜬 서울지방항공청 대표번호로 먼저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여성은 담당부서로 연결해주겠다며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 알아보라는 답만 준 채 또 다른 곳으로 연결해줬다. 지금까지 상황을 설명하자 담당자는 이번엔 국토교통부가 가장 잘 알거라며 대변인실로 전화를 해보라고 가르쳐줬다.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자 이번엔 상황실에 담당자가 있다고 했다.

상황실 직원도 똑같이 반응했다. 담당자가 없다며 또 다른 부서로 연결해주겠다는 것. 다시 연결해 전화를 받은 A주무관은 서울지방항공청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그곳에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7번째 전화 연결을 했는데 결국 처음 해본 곳으로 다시 하라는 얘기였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국토교통부 소속이다.

"서울지방항공청에선 국토교통부에 하라고 해서 여기까지 계속 연결해서 온 건데 다시 서울지방항공청으로 하라니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잠시 수화기에서 입을 뗀 A주무관은 누군가에게 "기자한테 전화가 왔는데 '얘' 지금 짜증난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질문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6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

개인적인 불쾌함은 그렇다고 치자. 기자들이 하는 일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이고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 불편해지는 부분을 건드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자와 취재원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서로 남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를 빨리 확인해주는 것이 책임기관이 할 일이다. 헬기장 운영에 관한 법률이 어떻게 돼 있고, 사고가 난 아파트가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실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의혹은 불필요한 제2, 제3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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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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