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늘어나는 '생계형 변호사' 범죄

[기자수첩]늘어나는 '생계형 변호사' 범죄

김정주 기자
2014.01.07 05:50

얼마 전 불법 콜센터업자로부터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들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그가 번 돈은 5억원이 넘었다.

최근 돈에 눈이 멀어 그릇된 선택을 한 변호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검찰청의 2013 범죄분석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변호사 수는 2012년에만 54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재산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238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변호사 윤리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사람도 수십명이 넘는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품위유지의무 등을 지키지 않아 징계를 받은 건수는 같은 해 49건에 이르렀다. 징계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선임료에 대한 세금을 적게 신고하는가 하면 업무상 보관중이던 의뢰인의 돈을 사무실 운영비로 쓴 생계형 변호사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과열된 수임경쟁이 빚어낸 폐해로 보고 있다. 로스쿨생 배출로 변호사 수가 끊임없이 늘어남에 따라 법률시장이 포화돼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변호사시장에 막 뛰어든 초임 변호사들은 물론이고 중견 변호사들 조차도 생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호소한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일부 전관이나 소수 대형 로펌 이외엔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개업은 꿈도 못꾸는데다 취업도 쉽지 않다보니 유혹에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건을 수임하려다 결국 범죄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잘못을 무조건 변호사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다. 법률시장이 악화되면서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블루오션을 공략하라는 조언이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최근 젊은 변호사들 중 IT분야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전문성을 쌓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길게 봤을 때 경력과 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공익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두고 윤리성을 무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 변호사 단체들이 예절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의 자정노력과 함께 전문성 제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스폰서 검사'에 이어 '스폰서 변호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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