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세상은 확실히 남녀평등의 면에서는 진일보한 것 같다. 이제는 '여성우위'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필자의 성장기(필자는 1967년생으로 1980년대에 성장기를 보냈다)보다는 '남녀평등'에 많이 근접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추세는 어디까지나 50대 정도까지만 적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연배를 넘어서서 60대 이상이 되면 아직도 그 분들의 사고 속에는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 사고가 의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부모들의 '출가외인' 관념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자식들에 대한 재산분배다. 키울 때는 딸들을 애지중지했던 부모도 정작 재산을 분배할 때는 딸들에게 박한 경우가 적지 않다. '출가외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내 품 안에 있을 때야 내 자식이니까 잘해주지만, 일단 시집을 가면 출가외인이니 내 자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다. 자식들에게 고루 나눠주면 재산이 작게 나눠져서 '가산(家産)승계'가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가 왜 사위 좋은 일 시키냐'는 심리와 재산을 받은 아들들이 노후에 잘 봉양할 것이라는 기대가 보태진다. 그러니, 장남에게 몰아주어 가산을 지키고 싶은 부모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부모들이 생각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문제가 얼마 전부터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바로 '유류분 반환청구'라는 소송이다. 부모가 장남에게만 재산을 몰아준 경우 재산을 못 받은 다른 자녀들은 장남에게 유류분 반환청구를 해서 본래 자신이 받아야 할 법정상속분의 1/2까지는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필자가 독자 사무실을 처음 열었던 2005년만 해도 '유류분 반환청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문의가 오더라도 대부분은 유류분반환청구기간(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넘겨서 소송을 할 수 없는 경우였다.
그러던 것이 3-4년 전부터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유류분'이란 법률용어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유류분 반환청구에 대해서 묻는 경우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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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반환청구 상담을 오는 분들에게는 공통점들이 있는데, 우선 사위들이 소송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위들이 부모의 재산내역, 아들에게 준 시기, 현재 가치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를 준비해와서 세세한 점까지 모두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과정에서 주장을 정리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일도 주로 사위들의 몫이다. 처가재산에 대해 사위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 추세인 것이다. 심지어 재산을 받아오지 않으면 이혼한다는 남편 때문에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는 분도 보았다.
상담자들은 하나같이 재산을 받은 장남(혹은 아들들)이 노부모 봉양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수십억씩 재산을 받고도 부모 병수발을 하지 않아서 결국 딸들이 병간호를 했다는 불만, 재산을 받은 오빠가 아버지 사후 어머니를 방치한 것에 대한 분노가 딸들을 소송에 나서게 하는 도화선이 된다. 재산을 물려받은 장남(혹은 아들들)이 소송 전 협의단계에서 딸들의 분배요구를 완전히 묵살해버린다는 것도 공통적인 불만이다.
'딸들은 출가외인'이라는 부모 세대의 관념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시대의 추세라는 건 분명하다. 이제 부모가 재산을 아들들에게만 주는 것에 딸들이 순순히 따라주기를 기대해선 곤란하다. 딸들에게 재산을 주지 않았을 경우, 부모 사후 남편의 지원사격을 받는 딸들이 아들들과 전면전을 개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소송이 개시되면 결과와 관계없이 가족관계는 완전히 붕괴되고 서로 평생 얼굴도 안 보는 사이가 되어 버린다. 이런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면 부모들이여, 재산을 나눠줄 때 부디 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