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유통 서비스 업체간 개인정보 마구잡이 동의 이뤄져

"이미 이마트에서 신청한 포인트카드가 있습니다. 고객님."
3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서 포인트카드를 만들려고 하자 점원으로부터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확인 결과, 3년 전쯤 이마트에서 포인트카드를 만들 때 작성한 개인정보가 신세계백화점이나 조선호텔, 에브리데이 등 신세계 그룹 계열사에 제공되고 있었다.
조선호텔 등 다른 곳에 정보제공을 원치 않을 경우엔 별도로 거부의사를 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싫으면 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 혜택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동의를 유도하는 식이다.
같은 날 인근 롯데백화점에서 멤버스 카드를 발급받으려 하자 백화점 직원은 계열사는 아니지만 정유회사나 정수기회사 등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약관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거절하자 멤버스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없었다.
최근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계기로 금융회사와 신용정보회사, 통신사 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이나 서비스업계 등에서는 여전히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방문한 일부 마트에서도 주소와 전화번호만 물어보고 2분 만에 적립카드를 발급할 정도로 사실상 개인정보 수집이 무관심 속에 이뤄지고 있었다. 한 수입화장품 업체의 멤버십 서비스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했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제3자나 계열사에도 반강제적으로 정보를 내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면 고객들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사실상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반강제적으로 제공되는 개인정보가 협력업체나 업무 제휴 서비스를 미끼로 계열사나 기타 협력사로 '헐값'에 공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훈 국가인권위원회 정보인권조사관은 "포인트나 제휴서비스를 위해 정보공유를 하겠다는 곳을 보면 실질 포인트는 0.5% 수준"이라며 "1000원 짜리 제품을 사면 5원 적립되는 수준인데 140개 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약관에 명시된 동의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그만큼 피해규모도 예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장은 "개인이 동의할 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동의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개인정보는 목적이 불분명한 용도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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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과 관련해서 효율성을 내세운 법들이 많은데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부터 시작해 일반기업이 적용받는 개인정보보호법도 어떤 정보를 어떤 용도로 어떤 회사에 제공할지 여부를 명시하고 별도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