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호해달라"… 경찰 조치없이 돌아간 1시간 후 인질극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였던 김모씨(57)가 자해소동 전 경찰에 이틀 연속 신변보호요청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등 극단적인 행동에 앞서 경찰에 징후를 알렸던 셈이다.
3일 목격자들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일 오후 8시20분쯤 평소 기거하고 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사우나에서 "나를 보호해달라"며 경찰에 스스로를 신고했다. 당시 김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 2명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뭘 도와달라는 것인지 말을 하라"며 김씨와 20분가량 실랑이를 벌인 후 별다른 조치 없이 자리를 떴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1시간 후 김씨는 인근에 있는 빵집으로 가 빵칼을 들고 인질극을 벌였다.
사우나 관계자는 "경찰이 여기(현장)에 왔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써달라고 했지만 써 줄 이유가 없어 거부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김씨가 "고통·죽음·미행, 견디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또 "누군가가 계속 미행하고 있다, 위협받고 있다"며 불안함을 내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씨는 1일 인질을 붙잡고도 별다른 요구없이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죽여달라"는 요구를 반복했다. 경찰은 담배를 태우겠다던 김씨가 갑자기 포크를 집어들자 제압해 체포했다.
사우나 관계자들은 김씨가 사건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에도 경찰과 함께 사우나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경찰은 직원들에게 김씨의 신원만 간단히 확인하고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인질극을 벌이기 전)신변요청으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일 집단·흉기 등 감금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