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사랑' 뜻풀이에 인권단체들 발끈…왜?

국립국어원 '사랑' 뜻풀이에 인권단체들 발끈…왜?

황보람 기자
2014.04.02 11:17

국립국어원 '사랑'의 뜻풀이 '남녀'로 한정…인권단체들 "동성 배제 차별적"

Love is Human Right ⓒAmnesty International Norway./자료=엠네스티 홈페이지
Love is Human Right ⓒAmnesty International Norway./자료=엠네스티 홈페이지

사랑「명사」

「1」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4」남녀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국립국어원은 지난 1월 말 사랑의 뜻풀이를 한차례 더 변경했다. 2012년 11월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정의했던 것을 2년도 안돼 다시 바꾼 것. 가장 큰 변화는 '남녀'라는 단어의 복귀다. 사전적 정의에서 사라졌던 '남녀'가 다시 돌아왔다.

엠네스티 대학생 네트워크는 2012년 '이성애 중심 표준어 정의 개정 캠페인'을 벌여 '사랑'과 '연애', '애정' 등 단어를 정의할 때 '남녀'가 아닌 '모든' 사람을 포괄할 수 있도록 개정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남녀'를 '두 사람'이라고 고쳐, 보다 중립적이고 포괄적으로 바꿨다.

오래 가지 못했다. 2년도 안돼 사랑의 정의는 다시 '남녀'로 한정됐다. '연애'나 '애정' 등 단어도 행위주체가 '사람'에서 '남녀'로 되돌아갔다.

국립국어원 측은 2012년 개정된 정의가 사랑의 '전형성'을 드러내지 못해 재개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립국어원은 분기별로 외부 전문가 5명과 내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정보보완심의회'를 열어 개정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용주 언어정보과 연구사는 "2012년 수정 당시 단어의 뜻풀이를 포괄적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수정하고 보니 사랑의 뜻풀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사랑이 담고 있는 세부적인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어 "국립국어원은 언어전문기관으로서 언어관련 부분만 논할 뿐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사전에서 '가치지향적'으로 정의를 하게 되면 문제가 생겨 순수하게 언어적 입장에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사전의 뜻풀이는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게 보통이고 '남녀'의 사랑이 그 전형성을 대변한다는 논리다. 국립국어원은 현실언어자료를 분석하고 정보보완심의를 통해 '사랑'의 뜻을 재점검했다고 밝혔다.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김광규 사무국장은 "대다수 국민이 동성애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의미로 '사랑'을 정의내려서는 안된다"며 "구체적이지 않은 정의로 인해 근친상간이나 일부다처제 등 여러가지 사랑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사랑'의 정의 재변경이 성소수자의 차별을 조장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어원의 윤리 헌장에 쓰인 대로 '언어에 대한 차별과 소외가 없는 다원적·복지적 언어 정책 수립'에 노력해 달라는 것.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다양한 사랑을 인정하는 방향에서 이성애 중심으로 다시 되돌아간다는 것은 오히려 차별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나 인권 보장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국제엠네스티 이정주 캠페인 팀장은 "언어에는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다"며 "국립국어원이 뜻을 재변경하면서 '전형적인 기준'으로 오히려 가치판단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전형적인 기준은 누가 만들었느냐"며 "단어의 정의가 차별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면 국립기관이 나서 차별적 언어 행태를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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