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
어린이날(5월5일) 거리 곳곳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지만, 소아 진료실은 '아우성'이다.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의원 662곳이 문을 닫았고, 지난해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지원율은 모집인원의 2.4%(206명 중 5명)에 불과했다. 이런 암울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의 2차 진료를 책임지는 전국 소아청소년병원 136곳은 어린이날에도 '풀가동'이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경기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에게서 어린이 진료 현장의 고충과 개선할 점을 들었다.

"소아 의료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대한민국 영아 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명대에 불과해 OECD 최상위권에 해당하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선 몸무게 500g 미만의 초미숙아도 거뜬히 살려낸다. 소아암 환아의 5년 생존율은 85%를 웃돌아 미국·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는 망해가고 있다. 소아혈액종양 세부전공 전문의의 대가 이미 끊겼고 전공의 지원률도 처참하다. 한밤중 열이 39도까지 오른 아기가 갈 데가 없어 응급실 뺑뺑이를 겪기 일쑤다.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잣대'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손발을 묶고 있다."
"국내 소아 진료 수준은 21세기인데, 정부의 급여 수준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최근 일선 소아청소년병원들이 겪은 '소아 혈액가스검사(ABGA) 무더기 삭감·환수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의료진은 호흡곤란이 있거나, 패혈증이 의심되는 응급 환아에 대해 '동맥혈'을 무리하게 찌르는 대신, '정맥혈'로 산-염기 균형과 산소 분압을 평가하는 우회 경로를 의학적 표준으로 정착시켰다. 미국소아응급의학회와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도 인정한 안전한 방식이다.
하지만 심사 당국은 '종합병원은 동맥혈을 뽑는데 왜 소아병원은 정맥혈로 했느냐'며 무더기 삭감 통보를 보내왔다. 환수 범위는 자그마치 3년 치 진료비다. 동맥혈을 채취하려면 팔 깊은 곳을 고통스럽게 찔러야 하는데, 환아는 극심한 공포로 팔을 빼며 발버둥 친다. 무리하게 시도했다간 혈종, 가성동맥류, 정중신경 손상 등 부작용 위험이 크다. 의사가 아이의 안전을 위해 표준 우회 경로를 택했다는 이유로 부당청구자가 되는 나라. 이게 K-소아의료의 자랑 뒤편에 자리 잡은 암울한 그림자다."

"그렇다. 소아 소변수집용 패치(소변주머니)를 예로 들면 영유아 신우신염을 패혈증으로 번지기 전 소변 한 방울을 빨리 받아내 검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사용하는 소변수집용 패치는 중환자실이 아니면 단 1원도 청구할 수 없는 '산정불가' 품목에 해당한다. 이 패치는 아이가 발버둥 치거나 땀을 흘리면 피부에서 쉽게 떨어지는 탓에 아기 1명당 2~5개를 써야 한다.
최근 중동발 공급망 불안으로 패치 한 장당 구입가가 검사비(일반 소변검사 2010원+ 요침사 현미경 1320원)보다 비싸졌다. 기본 검사를 정직하게 할수록 병원에선 적자만 쌓인다."
"충격적이지만 소아 진료비가 동물 진료비보다 싸다. '2025년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에 따르면 반려동물 엑스레이 검사 비용은 평균 4만6917원, 일부 2차 동물메디컬센터는 기본 4매 촬영 8만원에 판독 1만원까지 합계 9만원을 청구해도 삭감되지 않는다. 강아지의 CT(컴퓨터단층촬영)는 평균 60만원, MRI(자기공명영상)는 평균 72만원이다. 반면 사람 아기의 전신 엑스레이는 이들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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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조차 심사 단계에서 빈번히 삭감된다. 말 못 하는 아기를 안고 달래며 방사선 노출을 줄이려 촬영 1매라도 정확하게 찍으려는 의료진의 노력은 강아지 엑스레이 비용의 반값도 못 미치는 가치로 평가받는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독감이 유행 중인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 진료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어린이들로 붐비고 있다.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이른 인플루엔자 유행이 최근 10년 중 최고 수준으로 확산하며 방역당국이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특히 초등학생 연령대에서 급증세가 두드러지면서 학령기 아동에 대한 예방접종 참여율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5.11.19.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0413214050824_3.jpg)
"어린이의 진료는 성인 진료의 축소판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아이는 빠르게 성장해 신체가 매일 달라지지만 자신의 몸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채혈 한 번에도 온몸으로 저항한다. 같은 약, 같은 검사라도 체중 1~2㎏ 차이로 결과가 갈릴 정도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성인 기준 하나로 모든 환자를 심사한다. 아이의 의학적 특수성이 반영된 별도의 잣대가 사실상 없다. 성인 진료를 위해 만든 고시를 6세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해 놓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의사를 부당청구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진료실에는 산정불가 소모품으로 적자가 쌓이고, 의사들은 환수 통지서와 형사처벌의 그림자 속에서 진료를 주저한다.
우리 아이들이 응급실 뺑뺑이 없이, 아플 때 바로 소아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받도록 올바르지 못한 규제가 뭔지, 소아의료를 살릴 올바른 정책이 뭔지 정부가 살펴봐 주길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