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찬 곳에서 나와. 학교 늦었다"

"얼른 찬 곳에서 나와. 학교 늦었다"

안산(경기)=미래연구소 방윤영 기자
2014.04.25 16:22

[세월호 참사]안산 합동분향소 찾은 조문객①

세월호 참사 열흘째인 2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사진=최부석 기자
세월호 참사 열흘째인 2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사진=최부석 기자

24일 오후 4시.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안산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4만여명의 조문객이 몰려들었지만 분향소에는 조용히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숨죽인 발소리만 가득했다.

수십 명의 조문객들은 4호선 고잔역에서 타고 온 셔틀버스에서 내려 100여미터 늘어선 긴 줄에 섰다. 표정이 없다. 말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차례를 기다렸다.

분향소 입구에 다다르자 단원고 졸업생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린 채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줄에 서 있던 엄마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렸다. 봉사자들은 말없이 휴지를 건넸다.

분향소에 들어서자 대형 스크린 화면에 아이들의 얼굴이 비춰졌다. 어떤 이는 낮은 탄식을 토해냈고 어떤 이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또 다른 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얼굴을 떨어트렸다. 굳은 표정의 할아버지, 아버지들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갓난아기를 안은 아빠는 가만히 아기의 등을 토닥였다.

아이들 영정 사진 앞에 선 조문객들은 시선을 발끝에 떨구고 몇 초간 묵념을 한 뒤 가만히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그 곁엔 아이들에게 보내는 노란색 편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의 내용이 빽빽하게 담겨 있었다.

65위(位)의 영정 사진이 너무 많아 한 눈에 담기 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위패와 영정사진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모습이 아찔했다.

조문객들은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을, 영정사진을 다시 한 번 눈에 새기려는 것처럼.

꽃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조문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분향소를 나오자마자 한 쪽 벽 가득 붙어있는 추모 메시지 때문이다. 조문객들은 새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메모지에 담긴 메시지를 힘겹게 읽어나갔다. 그리곤 펜을 들었다. 한 글자 쓰고 눈물 닦고, 한 글자 쓰고 숨 가다듬고……. 어렵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얼른 찬 곳에서 나와. 학교 늦었다", "OO아. 거기 가서도 니가 하고 싶었던 것 마저 다하고. 열심히 살다가 너한테 갈게. 친구는 영원한 거야. -친구 OO이가.", "애들아. 반항 좀 하지 그랬니. 어른들의 잘못이다. 미안해. 미안해."

한쪽 벽을 다 채운 것도 모자라 화이트 보드에도 빼곡히 붙은 메시지들이 조문객들의 가슴을 후벼판다.

아이들의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형 언니들의 얼굴엔 그늘이 졌다. 밝게 내리쬐는 햇빛이 이들의 그늘을 더 짙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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