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재난전문가 양성…"취업할 곳도 없어"

말로는 재난전문가 양성…"취업할 곳도 없어"

고은별 기자
2014.04.29 05:52

[세월호 참사]재난전문가 시스템 점검 "정부에서 재난전문가 채용시장 만들어야"(下)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시에 위치한 미시시피강 교량이 2007년 8월 1일 갑자기 붕괴됐다. 사고 당일 오전 교량관리를 담당하는 교통부 실무 담당자들이 교량의 변형을 발견해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13명의 사망자와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미시시피강 교량 사고는 재난대응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가동된 대표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당시 미네아폴리스시는 사고발생 후 각 분야 전문가들을 소집해 재난상황실을 가동시켰고, 지휘차량을 현장지휘센터에 배치했다. 이들의 판단 하에 시정부 긴급재난파견팀, 헤네핀카운티의 구조다이버팀, 육군공병단 응급복구팀 등 구조팀이 현장에 즉각 파견돼 인명 구조작업을 실시했다.

잘못된 초동 대처로 다수의 희생자를 낳긴 했지만 이후 대응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휘가 이뤄져 더 큰 재앙을 막은 것이다. 미국은 재난관리 체계 구축의 선진국답게 통합적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교육 및 훈련과정을 통해 지휘부를 재난전문 대응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진도=뉴스1) 김보영 =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진도=뉴스1) 김보영 =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무리한 선박 개조, 상습적인 과적, 선원들의 믿기 어려운 대처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사고발생 직후 정부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휘가 있었더라면 피해 규모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진하게 남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각 분야 재난전문가들이 상황실을 가동해 일사분란하게 사고에 대처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제대로 된 재난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조차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8일 "우리나라 대학에 소방방재학, 응급구조학 등 재난관리 연관학과는 많지만 재난관리만을 위주로 한 재난관리학과는 전무하다"며 "재난관리론을 일부 대학에서 배울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체계적인 수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80여개 대학에서 소방방재 관련학과를 운영 중이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비율은 6대 4 정도인데 대부분 재난관리 전문학과로 보기 어렵다.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정도가 재난관리공학을 세부 전공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소방방재 및 방화공학 등 교과과정이 통합돼 있는 형편이다.

앞서 안전행정부가 2009년 발표한 제2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원) 및 공교육기관에 재난·안전관련 학위과정 개설을 확대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재난전문가가 양성되기 어려운 구조에 대해 공 교수는 취업처가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기술직군으로 채용하지 않는 등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는 상태"라며 "학과를 개설하더라도 취업이 잘 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지원이 줄고 폐과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도 "학과를 따로 분리해 보려고도 생각했으나, 정부에서 방재안전직렬을 뽑고 있지 않아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동감했다.

국가 또는 민간교육기관의 재난안전 교육도 전문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 소속기관인 중앙민방위방재교육원(원장 이정술)은 공무원·민간인 부문을 통해 재난안전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50여개에 달하는 세부과정 수에 비해 운용능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앙민방위방재교육원 관계자는 "적정 수용인원이 있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을 교육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교육예산 문제로 잘 참여하지 않는다"며 "재난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어 교육과정 운용 부분을 점차 개선시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뉴스1)이동훈 기자=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 인근에서 해양경찰 등 구조대원들이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진도=뉴스1)이동훈 기자=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 인근에서 해양경찰 등 구조대원들이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특히 그는 "외국에서는 기업체에서 재난관리자를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공무원뿐만 아니라 기업체에서 재난관리자 채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채용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자격인 재난관리사와 재난관리지도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비시피협회(협회장 정영환) 또한 자격시험을 거치고 있지만, 평균 2주라는 교육기간에 아쉬움이 있다. 정영환 협회장은 "사실 물리적으로 교육시간이 부족하다"며 "사례별 워크숍 과정을 더해 한 달 정도 교육하면 기본교육은 되겠지만 좀 더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전문가를 양성할 강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각 분야별 기능적인 전문가가 많을 뿐 재난상황을 통합관리 할 만한 '관리의 전문가'가 없다는 것.

미국은 2000년 9·11 테러 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비롯한 위기관리 조직을 국토안보부(DHS)로 흡수·통합했다. FEMA는 재난안전기구의 모범사례로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재난관리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국가적으로 재난전문가를 양성하고자 재난관리 교육기관인 DRII(Disaster Recovery Institute International) 협회를 설립했다. 협회는 전문자격인 CBCP 등을 만들었으며, 전문가 자격 또한 논문 및 프로젝트 수행실적을 통해 유지시키는 등 관리가 철저하다.

정 회장은 "국가자격이 아닌 민간자격이어도 정부에서 체계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며 "재난전문가가 지속적으로 현업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교육도 발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재난전문가는 기능적·복합적이기 때문에 학과교육을 넘어 대학원에서 전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기초교육에 실무교육까지 재난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탄탄한 교육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재난관리학과 전공자를 대상으로 제한경쟁을 통해 특채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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