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편법 난무하는 의료계…손 놓은 정부

[기자수첩]편법 난무하는 의료계…손 놓은 정부

이지현 기자
2014.06.11 06:40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수술 같은 진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은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제 단속이 힘들다는 이유로 개선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는 사이 의료계에서는 편법과 불법이 계속 횡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의료계의 오더리(Orderee) 문제에 대해 대화하던 중 의사 A씨로부터 들은 고백이다. 오더리는 병원에서 의사 대신 매스를 잡고 수술 보조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다.

1~2년 정도 기술을 익혀 수술을 집도하는 남자 간호조무사나 일반인을 지칭하는데 최근에는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척추 및 관절 수술을 직접 집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오더리는 정형외과 외에 성형외과나 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탈모 치료를 위한 모발이식 수술의 경우 이식을 위해 떼어낸 모발을 분리하는 일반인들이 아예 이식수술 전체를 대행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

모발이식은 머리카락이 많은 곳의 모근을 머리카락이 없는 곳으로 옮기는 수술인데 수술에 품이 많이 들어 4~5시간 정도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필러나 보톡스처럼 돈 되는 미용 시술을 전담하고, 모발이식 같은 수술은 일반인에게 맡긴다고 한다.

A씨는 "환자의 고통을 줄인다는 이유로 수면 마취 수술이 늘면서 돈 벌이에 급급한 일부 병원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0일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형병원처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야당은 물론 각종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 등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의료법인과 다른 법인 간의 형평성을 맞춘다고 해서 건강보험 제도가 붕괴되거나, 국내 의료제도가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은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현행 제도에서 각종 편법과 불법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정부가 새 제도 도입으로 나타날 문제를 잘 제어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문제는 신뢰다.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 방안 같은 의료 선진화 제도 도입에 앞서 오더리 문제 같은 것부터 정부가 근본적으로 없애줘야 한다. 이렇게 신뢰가 돌아와야 의료 선진화 제도도 큰 반대 없이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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