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보다 지방 소방관들에게 미안하죠."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소방관들에 대한 정부의 '푸대접'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서울 지역 소방관들을 다수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서울 소방관들은 한목소리로 지방 소방관들의 처우가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자신들의 처지는 지방소방관들의 근무환경에 비하면 엄살에 불과하단 뜻이었다. 소방장갑을 개인 돈으로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해 사용한다는 소방관들이었는데도 그랬다. 도대체 지방 소방관들은 얼마나 열악하다는 것일까.
한 지방소방서에서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화재현장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차를 돌리더란다. 알고 보니 의용소방대원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다. 부족한 지방소방관 인력을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로 채우다 보니 웃지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방이라고 업무가 적은 것도 아니다. 크고 작은 출동은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소방관들의 숙명이다. 자신의 핸드폰이 변기에 빠졌으니 꺼내달라는 황당한 신고도 적지 않게 들어온다. 출동하지 않더라도 이들과 실랑이를 하느라 하루 종일 진땀을 빼거나 마지못해 출동하는 소방관도 부지기수.
최근 소방관들의 업무는 화재나 구급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동물구조나 벌집제거, 고드름제거 같은 작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9에 집계된 동물구조만 하루 평균 127건, 벌집제거는 56건에 달할 정도. 이런 상황에서도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소방인력은 충원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해양경찰의 과오가 소방방재청으로 튀면서 현장소방관들의 불만이 거리로 이어지고 있다. 소방관들 중에선 차라리 이번이 기회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처럼 주목받을 때 고칠 부분은 한 번에 다 털고 가자는 바람에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재오 의원이 소방방재청 폐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문제 삼고 나섰다. 사고는 안행부가 쳤는데 소방방재청 폐지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 의원은 "국민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는데 책상 관료들은 참으로 천하태평"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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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의원이나 관료들도 책상 앞에 앉아만 있지 말고 이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현장에 나가봐야 한다. 단 하루면 소방관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잡을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