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효도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여야 하는가

[법과시장]효도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여야 하는가

조혜정 변호사
2014.06.23 06:17

도덕적으로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에 대한 효도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이고 경제적 가치를 따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효도가 어디 맨 입으로 되는 것인가. 부모가 낳고 기른 노력에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효도를 하려면 돈과 시간과 정성이 든다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우리 법은 일종의 ‘효도상속’ 규정을 두고 있다.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분산정에 있어서 그 기여정도를 가산해 준다는 ‘기여분’ 제도이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노부모를 봉양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이 ‘기여분’을 둘러싼 법정다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례를 보자.

올해 54세 남성인 K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3억짜리 아파트 한 채의 분할을 놓고 친형과 소송중이다. 그닥 많다고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상속재산을 놓고 하나뿐인 형제와 소송까지 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97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당시 37세였던 K씨는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시작했다. 처음 몇 년간은 별 문제가 없었으나, 2001년 당뇨병으로 쓰러진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당뇨합병증으로 시력과 콩팥기능 상실, 2006년경 시각장애 1급과 말기 신부전 판정 등 어머니의 건강상태는 악화일로를 걷다가 종국에는 자궁암까지 왔다. 어머니는 오른쪽 눈은 완전히 실명하고 왼쪽 눈만 시력 0.05인 약시 상태에서 1주일에 세 번 1회 5시간씩 혈액투석을 받으러 다녀야했고, 눈이 안 보여 혼자서 바깥 출입을 못하는 건 물론이고, 집 안에서도 수시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가야했다.

K씨는 이런 어머니의 병수발을 위해서 극히 단순한 삶을 살았다. 10여 년간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어머니의 아침을 챙겨드린 후 옷 입혀서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회사에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근무 중에도 수시로 병원을 출입해야 했기 때문에 남들처럼 직장생활에 집중할 수 없어 회사에서는 한직으로 돌아야만 했고, 혼자서 노모 병수발을 해야 하는 K씨와 결혼해 줄 여자가 있을 리 없어 장가도 가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2012년 K씨는 52세의 중년. 한마디로 어머니 부양과 병수발을 위해 가정과 사회생활을 포기한 채 인생의 황금기를 다 보내고, 혼자서 외롭게 노년기를 맞게 된 것이었다.

K씨가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유일한 피붙이인 한 살 위 형은 어머니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병간호를 분담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어머니 생활비와 병원비 한 푼도 보태지 않았고, 어머니 사망 전 몇 년간은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이런 형이 고울 리 없었던 K씨는 형에게 어머니 사망소식도 알리지 않았다. 친척한테 어머니 부음을 듣고 장례식에 온 형은 몇 년 만에 얼굴을 본 K씨에게 유일한 상속재산인 아파트를 ‘법대로 나누자’고 했다. 어머니 아파트의 절반을 갖겠다는 얘기였다.

형의 후안무치에 격분한 K씨는 상속재산분할소송을 냈고, 여기서 자신이 장기간 어머니를 간호, 부양했으니 어머니 아파트 전체가 자기한테 상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1심법원은 K씨의 기여분으로 아파트의 50%를 인정하여, K씨 3/4, 형 1/4 지분으로 아파트를 나누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까지 법원은 장기간의 부모부양에 대해서도 그 기여분을 50% 정도까지만 인정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50여 년간 양부모를 부양한 양자에 대해서도 기여분으로 50%만 인정해주었다. 이런 판결관행을 감안해볼 때, 법원은 할 수 있는 최대한 K씨의 노고를 인정해준 셈이긴 하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병수발을 한 효도의 가치가 겨우 1억 5천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결혼도 포기한 채 노모를 봉양한 대가라면.

현재 우리나라는 노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어 노인부양문제 해결이 사회의 시급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노인부양과 간병의 부담을 진 자녀에게는 응분의 보상을 주고 부모봉양 의무를 하지 않은 자식은 상속을 못 받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효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법 개정, 판결관행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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