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약한 소년 다윗이 거대한 장수 골리앗의 이마에 돌멩이를 명중시켜 승리하는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 일화가 디지털시대를 맞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인 소셜커머스와 차량정보제공시스템인 우버앱 등이 기존 오프라인 거대기업과 맞서는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에서는 모든 기업의 경쟁력이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재평가된다. 아날로그시대의 기존 경쟁력이나 오프라인에서 누리던 기득권이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기본적이고 간접적인 사회 인프라를 담당하는 금융분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금융서비스 디지털화의 출발점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이다. 인터넷업체 금융업무 진출 역시 절실한 과제다. 혹자는 아날로그 은행 지점 가운데 50% 이상이 조만간 사라지고 온라인 업체가 금융을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중국의 금융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최근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 업체에 금융업무를 허용했다. 우리 실정에 맞게 예를 들자면 네이버에게 금융업을 허가한 셈이다. 놀라운 개혁이기도 하지만 시장 반응은 더욱 놀랍다. 알리바바의 MMF(머니마켓펀드) 상품인 '위어바오'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어 조만간 수탁고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MMF는 단기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단기 실세금리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는 초단기공사채형 상품이다. 인터넷 기업이 가지는 접근성과 축적된 고객데이터를 금융에 접합한 결과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중국의 급진적 금융정책은 그림자금융을 막고 5대 국유은행의 독점을 견제하는 동시에 민간 은행을 활성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위어바오'는 주로 중국 지방성에서 발행하는 국공채에 투자하고 있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만에 하나 지방정부의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앞으로 인터넷 기업이 중국 소매금융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은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는 어떤가? 기본적인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은커녕 인터넷 업체의 금융업 진출 역시 요원한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검토, 인터넷 업체와 은행의 제휴를 통한 소액송금 및 결제 서비스 도입 계획은 고무적이다.
국내 디지털금융 소비자는 플랫폼인 인터넷기업의 금융업무를 절실하게 요구한다. 일단 이같은 수요를 충족하고, 이에 따르는 금융소비자 보호, 개인정보보호, 과대광고 등 문제들은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두고 제기되는 금융실명제나 금산법문제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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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비스 디지털화는 시대적 흐름이고, 나아가 디지털시대의 사회인프라로서 시급하게 구축해야 한다. 이는 창조경제시대에 중요한 신성장 동력인 국내 신생창업기업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골리앗'들을 꺾을 '다윗'으로 자리매김할 기초토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소비자의 수요에 적극 부응하려는 금융당국의 자기성찰 및 인식 혁신과 이에 따른 디지털 금융정책 개혁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절실한 국가적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