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14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천주교 평신도 32명의 얼굴엔 설렘과 어두움이 교차했다. 저마다 아픔을 간직한 이들은 교황과의 첫 만남에 감격해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박성호 학생의 아버지 박윤오씨는 '모세의 기적'을 기다린다고 했다. 박씨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오랫동안 싸웠다"며 "교황 방한을 계기로 서로 다투고 싸워서 진실을 규명하기 보다 잘못한 분들이 나타나서 회개하는 증언을 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 단원고 교사 고 남윤철씨의 아버지 남수현씨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 만큼 진실 규명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 서로 용서하고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부인 송경옥씨도 "교황께서 말씀하신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라는 말을 생각하며 왔다"며 "악한 자보다 선한 자가 더 많지 않나. 교황께서 힘 없는 자를 위해 돌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씨의 부인 김봉희씨는 "좋은 일로 교황을 뵈면 영광이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뵙게 돼서 정말 죄송하고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며 "진실 규명을 아무리 외쳐도 나에게 돌아오는 메아리 같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살해피해가족 단체 '해밀'의 김기은씨(67·여) 역시 교황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 10월 딸의 남자친구에 의해 딸을 잃은 김씨는 이날을 위해 밤잠을 설쳤다. 김씨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내가 딱 그런 심정"이라며 "10년이 지났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딸이 너무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어 "교황께서 우리 해밀 가족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다른 분들도 같이 오셨으면 좋았을텐데 나 혼자만 뵙고 가서 죄송스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새터민들도 눈에 띄었다. 3년 전 북한에서 넘어온 김정현씨(58·여)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욕심으로 우리나라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된 나라로 남아있지 않나"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교황 방한을 계기로 평화 통일에 대한 의지를 다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새터민들이 남한에서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통일을 위한 씨앗이 된다"며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이런 행사를 통해 새터민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