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이 돌았네."
지난 7일 오후 6시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있었던 광주지법 201호 법정. 검찰 측 질문에 대한 이씨의 답변을 듣고 있던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씨는 이날 법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로 공분을 일으켰다.
이씨 진술에 따르면 세월호가 기울어진 지난 4월16일 오전 조타실에 들어섰을 때, 이씨는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져 함께 생활하던 선원들이 누군지도 정확히 알아보지 못했다. 승객들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도 미처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씨는 사고 전 세월호가 추월했던 배 이름을 기억해내 구조 요청을 하라고 지시했고, 베테랑인 기관장에게 기관실에 내려가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진술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은 또 나왔다. 이씨는 사고 직후 조타실에 들어서 '경사가 심해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어진 신문에서는 유조선 둘라에이스호가 불과 1.5m 거리에서 '구조를 위해 승객을 탈출시키라'고 교신한 사실을 알고도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못해 곧바로 승객들을 퇴선시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답변을 들은 검찰은 "처음 조타실에 들어섰을 때는 배가 많이 기울어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꼈다가 이후에 (둘라에이스가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다는 뜻인가?"라고 질책했다. 사고 당시 자신의 상태와 의도에 대해 모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편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어느 한 사람만의 잘못으로 벌어지지 않았다. 선원들과 해경, 해운업계 관계자들, 청해진해운 경영자들 중 누구 하나라도 자기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처럼 피해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벌을 면하기 위해 이씨가 늘어놓은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온 무사안일주의의 적나라한 발로가 아니었을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한 여교사의 아버지는 이날 재판을 방청한 뒤 "피고인들은 모든 것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 말고 양심껏 제대로 진술해 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제 와 책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지나치다면, 진상 규명을 위해 솔직하게 진술해 달라고 양심에라도 호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