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본부, 이데일리·경기과기원 압수수색…관계자 6명 출국금지 조치

지난 17일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 안전요원이 단 한명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가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난 셈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9일 사고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행사 주관사인 이데일리와 예산 일부를 지원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하 경기과기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사고 관련 핵심 관계자 6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행사 주최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피해자 지원에는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성남 합동사고대책본부는 진료비와 장례비를 지급보증하는 등 지원에 돌입했고 피해자들도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 "서류상 안전요원 단 4명, 실제 현장엔 한 명도 없었다"
수사본부는 이날 경기 분당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 결과 당일 행사장에는 안전요원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일 현장에는 주관사인 이데일리와 주최측 경기과기원, 행사 대행업체인 플랜박스 관계자 38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행사 진행과 홍보만 담당했다.
사전 행사계획서에는 4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이는 서류상 기록에 불과했다. 이 서류에 안전요원으로 등재된 과기원 직원 4명은 자신의 배치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이날 오전 수사관 60여명을 투입해 이데일리와 과기원을 비롯, 관련자 7명의 자택과 차량,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관련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과기원 직원 오모씨(37)를 제외한 6명은 출국 금지시켰다.
경찰은 사고 책임소재를 밝히는 수사도 진행 중이다. 과기원과 이데일리 관련자는 성남시가 500만~1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반면, 성남시 측은 지원 계획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대책본부 "책임소재는 경찰 수사에…피해자 지원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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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성남 합동사고대책본부는 행사 주최는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책임소재를 수사본부에서 가리는 동안 유가족·피해자 지원과 사고 수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과 성남 분당구청에서 만나 40여분간 대책을 논의했다.
곽 회장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보상 부분을 포함해 모든 것을 대책본부에 위임하고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또 "장학재단을 통해 이번 사고로 숨진 분들의 자녀 대학 학비까지 대겠다"고 덧붙였다.
대책본부는 성남시가 행사 예산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데일리와 주최, 주관 관련 일체의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고 성남시가 지니고 있는 행정적 권한을 모두 활용해 사고 수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사망자 1인당 3000만원 한도의 장례비를 지급보증하고 부상자의 진료비, 보상비도 피해자측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희생자 가족에 대해 일대일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사고 관련 종합 법률상담을 위해 가구별 전담변호사를 지정키로 했다.
◇19일 사망자 첫 발인…유가족·부상자가족 별도 협의체 구성
이날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고(故) 홍석범(29)씨의 발인식이 있었다. 다른 희생자들은 용인 강남병원과 분당 제생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등 6개 병원에 빈소를 마련해 장례절차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도 진행 중이다. 이날 김남준 대책본부 대변인은 성남 분당구청 브리핑에서 "부상자 11명 중 중상자는 9명이며 이 중 4명의 상태가 위중하다"며 "일부 의식이 없는 분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폐복부 손상 등으로 치명적 부상을 입은 피해자도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은 별도의 협의체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오후석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안전기획관은 "사망자 유가족들은 부상자 가족과 공동으로 협의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부상자 가족들이 이에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며 "별도의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적극적으로 같이 대응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인해 전국 지자체의 안전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축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전국에 10월 한 달에만 총 76건의 축제가 예정돼 있거나 진행 중이다. 축제가 몰리면서 안전사고 위험성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여운광 국립재난연구원장은 "축제 숫자가 많아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사고 확률도 높아진다"며 "사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만큼 철저한 안전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