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의정부 화재현장 합동감식…건축자재·소방설비 작동여부도 집중 조사

4명의 사망자와 124명의 부상자를 내고 226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경기 의정부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소방의 화재현장 합동감식이 12일 진행됐다.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본부,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에서 온 감식인력 19명이 속속들이 장비를 갖춰입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합동감식은 최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와 화재가 번졌던 드림타운 아파트, 해뜨는마을 아파트, 인근 다가구주택, 단독주택 2곳 등이 대상이었다. 대봉그린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다.
합동감식단은 화재 직전 오토바이의 배선과 과열 상태, 오토바이의 용도 등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원인 수사를 위해 증거물을 수집하고 불이 번진 경로를 확인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국과수 "오토바이 전소…화재원인 규명 난망"
국과수는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4륜 오토바이를 사고 당일 수거해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정밀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는 "오토바이가 다 타버려 남아있는 조직을 토대로 조사중"이라며 "방화 및 개조 등 가능성에 대해 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는 국과수 원준 본원의 김진표 법안전과 과장 등 국과수 내 화재, 방화분야 전문가가 투입됐다. 법안전과는 화재와 방화, 폭발 등 안전사고 관련 사고의 해석과 관련 감정을 담당하는 부서다.
경찰은 앞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번 화재가 1층 우편함 인근에 김모씨가 세워둔 4륜 오토바이에서 발화된 뒤 번진 것을 확인하고 오토바이 소유주인 김모씨(53)를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조사에서 해당 오토바이를 대봉그린아파트 908호에 있는 주식투자 개인 사무실에 출퇴근하는 용으로 지인 정모씨로부터 중고거래를 통해 구매했다고 진술했다"며 "2차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노후 오토바이 합선·누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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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4륜 오토바이가 최초 발화지점으로 확인됨에 따라 화재원인으로 노후화된 차량의 합선과 연료 누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4륜 오토바이가 2000년~2005년 제작된 구형 모델이라는 점을 들어 마모된 전선에서 불꽃이 일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선 피복이 벗겨지고 연료가 새는 상황이 동반되면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화재가 발생한 뒤 누유된 연료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동체 전체로 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종건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동을 꺼도 배터리는 상시 전원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불꽃을 일으킨 뒤 누유된 연료에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4륜 오토바이가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4륜 오토바이의 경우 차체와 가까운 머플러가 달궈지면서 배선의 피복 등이 녹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불법개조가 화재를 불렀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박 교수는 "최초 발화지점이 오토바이 안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안장에 열선 등 난방장치를 추가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화재 위험성을 높인다"며 "출고된 차량 외에 추가로 설비를 부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밝혔다.
◇ 가연성 건축자재·소방설비 작동유무도 남은 수사과제
경찰은 이날 합동감식을 통해 건축 자재와 소방시설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건물에 가연성 자재가 많아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진 점에 불법사항은 없는지, 그리고 화재경보기와 같은 소방시설이 울리지 않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봉그린아파트 건물주를 불러 적법한 건축자재를 사용했는지와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관리인을 불러 안전규정을 준수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상 고층건물과 상업지역 내 다중이용업소나 공장을 제외하고는 건축물 외장재에 대한 불연재 사용 의무규정은 없기 때문에 가연성 자재 사용에 대한 불법사항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방설비 작동 여부와 관련해 경찰은 "CCTV 화면에 화재 발생 직후 화재경보기가 깜빡이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탈출한 상당수의 이재민들이 '화재 당시 아무런 경보음도 듣지 못해 화재를 늦게 인지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도 화재원인 조사가 끝나야 피해 보상 책임 소재가 드러나기 때문에 수사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봉그린아파트 건물주가 가입했다는 화재보험의 계약 세부사항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보험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화재 피해를 입은 세 아파트는 모두 화재보험 혹은 손해보험에 가입한 민간 소유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