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 '안전취약지']③PC방·술집 등 실내 흡연실

올들어 일반음식점은 물론 모든 공중이용시설에서 전면 금연이 실시되면서 매출감소를 우려한 술집이나 PC방의 경우 실내흡연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종이컵, 가죽의자 등 불에 타기 쉬운 물건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내 흡연실 설치기준을 명시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흡연실에는 재떨이 등 흡연을 위한 시설 외에 의자나 탁자 같은 영업설비는 설치할 수 없다. 취식이 전면 금지된 흡연실에서 음식을 들고 들어가 먹을 가능성이 있고 목재, 가죽 등으로 만들어진 가구가 들어설 경우 화재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재떨이 같은 경우에도 큰 항아리 형태 외에 플라스틱 등 가연성 소재의 물건을 둘 수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술집, PC방에선 이같은 보건당국의 시행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흡연실에 버젓이 놓인 의자와 탁자…"손님 잡으려면 어쩔 수 없어"
지난 12일 실내 흡연실이 마련된 PC방 7곳을 둘러본 결과 국민건강증진법상 지침을 따르고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소파와 탁자는 물론이고 PC방 내부용 소화기와 별도로 구비해야 하는 흡연실 소화기도 바깥에 놓여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 철제 항아리형 재떨이를 놓아둔 곳도 한 군데에 불과했고 플라스틱 재떨이나 종이컵을 함께 마련해 둔 곳도 세 군데나 됐다.
그중 지난달 말 실내 흡연실을 설치했다는 종로구의 한 PC방 주인은 "(탁자나 의자를 놓는 게) 잘못된 것인지 몰랐다. 이 일대 PC방, 술집 다 그렇다"며 "안그래도 담배를 못 피우게 해 손님들의 불만이 많은데 흡연실에서까지 불편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냐. 우리도 손님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0일 새벽 찾은 서울 종로구 명륜동 부근 한 술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평이 채 안되는 실내흡연실에는 가죽 소재의 의자 2개와 종이컵 3개가 놓여 있었다. 의자 하나에는 이미 담배불에 지져진 듯 안장 일부가 녹아있었다.
허리 높이의 목재 벽면 위에 놓인 종이컵도 가득찬 담배꽁초에 가장자리가 그을러 있었다. 특히 바닥에 놓인 플라스틱 쓰레기통에는 영수증을 비롯한 종이와 담뱃갑, 담배꽁초가 한 데 모여 있어 자칫 불씨가 남아있는 꽁초라도 들어갈 경우 화재가 일어날 염려가 커 보였다. 반면 소화기를 비롯한 소방시설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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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는 엄격히…하지만 단속은 천천히?
소방당국은 이같은 실내 흡연실의 허가와 관련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PC방이나 술집 내에 실내 흡연실을 설치하려면 휴대용 비상조명등, 소화기, 비상벨 등 안전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며 "철저하게 조사한 뒤 안전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완비증명서를 발급해 허가를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인력 등을 이유로 설치된 실내 흡연실의 위반사항에 대해 전면적인 단속은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할 구청도 당분간은 규제나 제재보다는 계도에 중점을 둘 계획이란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실내 흡연실에 의자나 탁자 중 그 어떤 것도 놓을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게 우리 입장이지만 단속을 통한 처벌이나 규제는 올 3월 이후에나 시행할 방침"이라며 "아직까지는 계도기간인 만큼 사업자들이 (단속을 강화하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안전설비 기준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