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채왕 뇌물 판사'의 최후가 궁금한 이유

[기자수첩]'사채왕 뇌물 판사'의 최후가 궁금한 이유

황재하 기자
2015.06.09 05:33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피고인의 행동들을 개인사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이 너무나 크고 뼈아프다."

이른바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최민호 전 판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달 21일. 재판장인 현용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최 전 판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부적절하게 얻은 2억6000여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검찰 구형량과 정확히 일치하는 판결이다.

검찰 구형은 공식적으로 한쪽의 주장에 불과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양형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에서 '검찰 구형의 3분의2 정도 선고하면 가장 무난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형량은 검찰이 법리 검토를 거쳐 내놓은 것인 만큼 대부분 합리적 범위 내에 있지만, 수사 기관의 엄벌 의지가 담겨 실제 선고되는 형량보다는 다소 무거운 경우가 많은 것.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1심 판결은 최 전 판사를 엄벌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고 공판에서 현 부장판사는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최 전 판사를 질책했다.

이제 공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검찰과 달리 최 전 판사가 1심에 불복해 항소하며 사건은 서울고법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누구보다도 법리에 밝은 최 전 판사가 상급심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심과 달리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 전 판사는 1심 과정에서 '돈을 받았지만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전략적인 논리를 폈다. 직무와 연관성이 없으면 돈을 받아도 처벌하지 못하는 현행법의 허점을 노린 것. 법조계에서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김영란법'이 진작 도입됐다면 최 전 판사가 이처럼 뻔뻔한 주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는 피고인에게는 다소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법조계의 상식이다. 그러나 공직에 있는 법조인으로서 부정한 돈을 받고도 뻔뻔한 주장으로 일관한 최 전 판사가 항소심에서 죄를 뉘우쳤다는 이유만으로 형을 감경받는다면 자칫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부딪칠까 우려된다. 최 전 판사 사건의 결말이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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