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적용 안돼 비용부담 문제로 검사 거부하는 사례 나오기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누적 확진자가 95명으로 늘고 격리자만 3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고열 등 의심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는 외국인에 대한 조치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보험이 없는 관광객이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의심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가 비용 부담 때문에 추가적인 메르스 검사를 하지 않고 단순히 감기약만 처방받아 귀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의 모 대학에 유학 온 중국인 A씨(19·여)는 지난 6일 오후 10시32분 고열 증상으로 119 구급차를 통해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병원에서 중동에 방문하거나 중동인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메르스 확진 혹은 의심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지, 명단이 공개된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A씨는 이후 2시간여에 걸쳐 피검사, 엑스레이(X-ray) 검사, 소변검사 등을 받고 메르스 감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열이 내린 뒤 학교 기숙사로 귀가했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A씨는 검사 비용 등으로 25만원 상당을 지불했다.
반면 프랑스 관광객 B씨(24·여)는 지난 7일 오전 11시38분 고열 등 독감 증세로 묵고 있던 서울의 모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와 함께 119 구급차를 타고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메르스 검사를 받지 않은 채 귀가했다.
B씨는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메르스 관련 질문을 받았고 모든 문항에 해당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B씨는 증세가 다소 누그러들자 수십만원이 드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메르스 검사를 거부했다. 의료진도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 메르스와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 귀가토록 했다.
B씨와 병원에 동행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C씨는 "B씨가 외국인이라 보험이 안되는데 메르스 검사 비용이 50만원 이상으로 너무 비싸서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다행히 병원에 가서 열이 떨어졌고 지금은 약 먹고 많이 나아서 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해당 응급진료센터 관계자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병원은 환자를 강제로 붙잡고 검사하고 진료할 수는 없다"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병원에 왔다가 돌아간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검진 후 확진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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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관광객 등 외국인의 경우 소재나 이동경로 파악이 쉽지 않아 의심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을 때 철저히 진단할 필요가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내국인에 비해 허술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국인의 경우 의심증세에 해당되면 메르스 검사를 진행해 결과를 보고 고열 등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지켜본 후 귀가하는 게 보통이다. 지난 5일 오전 4시3분 고열과 설사 증세로 병원을 찾은 이모씨(29)는 "병원에서 메르스 관련 질문들을 꼼꼼히 했고 소변검사, 엑스레이검사, 피검사까지 다한 다음 해열제를 맞고 열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갔다"며 "메르스 감염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오후 복통, 고열 증세로 병원을 찾은 추모씨(52)는 "처음에 열이 없고 배만 심하게 아프다가 복막염이 되는 바람에 열이 올랐고 병원에 가니 메르스를 의심해 검사를 모두 받았다"며 "결국 맹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와서 입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진료센터 관계자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비용부담 수준이 다르고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보다 꼼꼼한 확인이 없으면 누락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자에 검사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필요한 부분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