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어린이집 친구를 다시 만나는 날

[우리가보는세상] 어린이집 친구를 다시 만나는 날

김명룡 기자
2015.06.14 15:23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지난주 내내 아내는 다섯 살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어린이집이 휴원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내는 나에게 "메르스(중증호흡기증후군)가 난리인데 굳이 어린이집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보건복지부 담당기자인 나는 아내에게 "메르스는 공기로 감염되지 않으니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같은 반 아이들이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에 갔을 가능성이 없으니 보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말을 믿을 수 없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아내 말에 마땅한 대꾸를 찾지 못했다. 딸아이가 언제쯤 어린이집에 다시 가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5년 6월의 흔한 이야기다. 전국적으로 2900여개에 달하는 각 급 학교가 휴교·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어린이집이 휴원했다. 전염병 관련 최고 권위자들이 모인 WHO(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은 13일 휴교를 철회하라고 권고했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요지부동이다.

역병(疫病)을 막는 것은 국가 일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감염자 이동을 막거나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을 차단하는 일은 국가만이 할 수 있다. 개인 자유와 인권이 어느 정도 유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전염병이 창궐하면 국민들은 정부만 바라본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 그럴 수 밖 에 ….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WHO는 "신속한 정보 공개와 위험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정부 관리 시스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메르스) 초창기에 혼란이 있었다"며 "추후 강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3년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전염병이 정확히 6년마다 유행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6년 만에 보건의료담당 기자로 현장을 지켜보고 있지만 메르스에 대한 정부 대처는 6년 전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고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공포에 빠졌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메르스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은 당연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그럴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엉터리 국가방역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응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고 메르스 감염자를 격리하고 제대로 치료해 줄 공공 의료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일부 감염자는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갔다. 감염자 증가세도 둔화됐다. 모든 역병과 마찬가지로 메르스 역시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젠가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잘못을 반성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훗날 또 다른 희생이 반복 될 것이다. 신종플루 이후 아무런 개선 없어 또 다시 메르스가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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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기자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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