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보다 걱정되는 메르스 후폭풍…병원 기피

메르스 보다 걱정되는 메르스 후폭풍…병원 기피

이지현 기자
2015.06.15 20:16

하루 1만명 치료받는 삼성서울병원 폐쇄, 환자들 병원 거부 겹쳐 심각한 상황 초래우려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 83세 A씨. 폐암 외에 당뇨병도 앓고 있는 A씨는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이 병원이 부분 폐쇄됐다는 소식에 걱정이다. A씨는 혈액종양내과에서 폐암, 내분비내과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다. 오는 19일 항암제가 아닌 당뇨병 약을 처방 받기 위해 예약이 잡혀있는데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부분 폐쇄 조치 이후 삼성서울병원 외래 진료가 가능한 것은 항암·방사선·투석치료 등 응급치료로 A씨의 당뇨 치료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A씨 보호자는 "복합 질환이 있어 환자 상태를 잘 아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게 계속 진료 받고 싶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폐암 말기 환자라 상태가 위중해질 때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며 "응급실이 제 기능을 찾는 24일 전에 환자 상태가 심각해질 경우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메르스 사태 장기화와 삼성서울병원 폐쇄로 인한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추가 환자 발생이 우려돼 폐쇄된 삼성서울병원은 매일 8000여 명의 환자가 외래 진료를 받고 2000여 명이 입원 진료를 받던 초대형 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 폐쇄'와 '타병원의 환자 거부'가 맞물리면 중증질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병원 감염우려로 당뇨, 고혈압 등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들이 방문을 꺼리고 있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이 병원을 찾은 일평균 외래 환자는 8397명이다. 수술 환자는 205명, 입원 환자는 1834명으로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폐쇄 조치로 환자 진료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의 경우 대부분 중증질환자"라며 "이들은 동네의원보다 대형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진료의뢰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체계상 환자가 대형대학병원(3차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현재 진료를 받는 의사의 진료의뢰서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가 타 대형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현 상황에서 타 대학병원 진료를 원하는 삼성서울병원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다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동네의원(1차병원)이나 동네병원(2차병원)에 가서 진료의뢰서를 끊어야 하는 데 이들 의료기관의 경우 별도의 감염관리시설을 둘 수 없어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수술 환자의 경우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병원을 옮기면 수술이나 입원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질환을 진단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엑스레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추가촬영을 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비가 늘어날 수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환자가 타 병원을 찾으면 재진이 아니라 초진 환자가 돼 환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검토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뇨, 고혈압 등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아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이 '메르스 포비아(공포증)'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것 역시 문제다. 의료계에 따르면 강남지역 성형외과는 30%, 일반 의료기관은 50%, 메르스 발생지역으로 꼽히는 평택·수원 의료기관은 90% 정도 외래 환자가 줄었다. 병원 방문을 꺼리는 환자 중에는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아야 하는 만성질환자 역시 포함돼 있다.

특히 면역이 떨어진 당뇨, 고혈압 환자들이 메르스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 대신 보호자가 병원을 찾아 처방을 해달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며 "제대로 수치가 조절되지 않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해 약 조절을 받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데 의료기관 방문을 거부하면 장기적인 합병증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명단이 공표된 일부 의료기관 외의 병원은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병원에 가서 생기는 위해보다 안가서 생기는 위해가 더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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