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 없는 포스코에 주인이 너무 많다."
지난 8개월간 이어져 온 '포스코 비리'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검찰이 전한 말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스코그룹의 한 전직 고위 임원은 정치권에 취약한 회사의 현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다. 정권이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권은 포스코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검찰의 이번 수사로 드러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80)과 정준양 전 회장(67)의 부적절한 관계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포스코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CEO 후보를 선발하고 자격을 심사하기로 했다. 외풍을 막고 공정하게 회장을 뽑겠다는 의지였다. 이후 2007년 추천위를 통해 이구택 전 회장이 연임됐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사임했다.
이 배경에는 이 전 의원의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측근을 통해 이 전 회장에게 사임을 종용하고 후임 회장으로 정 전 회장을 앉히는 데 힘썼다. 그 결과 정 전 회장은 2009년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MB 정권의 실세로 알려진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이후 포스코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며 5년간 26억원 상당의 회사 돈을 지인 등에게 몰아줬다. 정 전 회장은 이 전 의원 측에 뇌물을 건네는 와중에 회사에 큰 피해를 끼쳤다. 방만한 경영의 결과로 정 전 회장 재임 당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4조1700억여원이 감소했다. 부채는 20조가 넘게 증가했다. '주인 없는' 회사에 주인으로 군림한 자들이 벌인 일이다.
포스코는 한일협정 당시 한국이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고 받은 자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포스코 전·현직 임원들은 "우리 조상들의 피값으로 회사"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국민기업'인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논공행상'이 이뤄진다. 그런데 포스코는 늘 그 '나눠먹기'와 '낙하산인사'의 희생양이었다. 멀쩡한 사람 몰아내고 자기 사람 앉히는 과정에서 들리는 그 숱한 잡음들. 이 모두가 국민기업이 아닌 '정권기업'으로 여긴 탓이다. 이번 수사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포스코가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