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예고없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시위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엄단 의지는 기존 박 대통령의 발언들과 다를 것 없지만, 시위대의 마스크를 세계적인 테러조직 IS에 비유한 대목은 올해 말 국회 회기가 마무리되기까지 줄곧 회자될 전망이다. 여당에서 이른바 '복면금지법'으로 불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복면금지법은 지난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인권침해 논란 속에 법제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언급 후 정부·여당의 입법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복면을 쓴 시위대가 폭력시위를 주도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경찰은 이날 '폭력·과격행위가 확인된 시위대 4명 중 3명이 복면이나 마스크를 썼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실제 일선 경찰들도 "복면이나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많으면 '오늘 집회는 격렬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성'의 보장이 시위대의 과격함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복면금지법을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복면금지법'의 부작용 역시 꼼꼼히 살펴야 할 때다. 집회의 목적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거나, 비슷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법이 '민낯을 드러내라'고 강제한다면 '폭력시위 방지'만큼 이나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공익을 위한 '익명'의 목소리를 장려하는 최근의 여론과 역행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성소수자나 성매매여성 등 스스로를 내보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맨 얼굴을 드러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신원을 감춰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를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다지만, 경찰에게 오롯이 판단 여부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시위대 '복장'의 위법 여부가 경찰의 '자의적' 잣대로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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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집회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경찰의 최루액 물대포에 곤욕을 치러야했다. 연신 기침이 나왔고, 눈물·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됐다. 주변의 대다수 시민들도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였다. 만약 복면금지법을 우려해 눈물·콧물조차 그저 흘릴 수밖에 없다면, 대단히 지저분한 일이 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