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들의 위생관념상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중략)…무죄를 선고한다."
대장균군이 나온 시리얼 제품을 해체한 뒤 정상 시리얼과 섞어 판 혐의로 기소된 동서식품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에 대해 지난 17일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유·무죄를 판가름할 주요 쟁점은 동서식품이 기존에 만든 '대장균군 시리얼'을 완제품으로 볼지 여부였다. 완제품으로 간주한다면 현행 식품위생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완제품이 아니라고 봤다면 합법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완제품이 아니다'는 길을 택했다. 문제의 시리얼이 포장과 유통기한 표시까지 마쳤을지라도, 동서식품 내부에서 그 시리얼을 '완제품'으로 명시했을지라도, 제조공정상 검사과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완제품'이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여기서 '완제품'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말꼬리를 잡을 생각은 없다. 재판부의 판단도 일리가 있다. 겉과 속, 명목과 실질, 껍질과 본질은 다르다는 재판부의 논리에는 수긍이 가능하다. '완제품'이지만 충분히 완제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재판부는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논리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완제품이 맞다'는 길을 택했더라면 이런 판결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제조공정상 검사과정이 남아 있었지만, 포장과 유통기한 표시를 마친 데다 동서식품 내부에서조차 문제의 시리얼을 완제품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완제품으로 봐야 한다'고. 요컨대 이 판결은 '선택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길을 택하는 게 상식적이었다. 사회통념은 재판부가 "(대장균군 시리얼 제품을 해체한 뒤 정상 시리얼과 섞어 판 행위는) 소비자들의 위생관념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했듯이 '대장균군 시리얼로 만든 시리얼은 위생적이지 않다'다. 그렇다면 무죄가 아닌 유죄를 선고했어야 사회통념에 부합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검찰이 항소의지를 밝힘에 따라 2심이 펼쳐질 예정이다.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법에 기반한 정당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2심에서는 좀 더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판결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수많은 소비자 단체들의 원성을 꼭 들어야 사회통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대장균군 시리얼'로 만든 시리얼을 자기 자식들에게 먹일 수 있는지 자문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