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 교수 "제국의 위안부…'인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박선아 교수 "제국의 위안부…'인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박보희 기자
2016.01.31 09:03

[the L][인물포커스]학문·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까

◇ 더엘(the L) / 인물포커스 ◇

"최종 목표는 노동법을 고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넣는 겁니다. 사실 일반 사람들에게 헌법보다 중요한 것이 노동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청년노동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한창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란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올해 목표 중 하나로 노동법 교육을 말하는 이는 '제국의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 할머니들 측 변호를 맡았던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부교수(연수원 32기)다. 박 부교수는 지난 22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여성변호사회로부터 여성아동인권상을 받았다.

◇"학문·표현의 자유 중요…하지만 '인권'으로 접근해야"

박 부교수를 만난 29일에도 그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훼손 관련 공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다녀온 길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국민참여재판 요청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

박 부교수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국민적 관심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지만 배심원들이 짧은 시간 안에 사건에 대해 파악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 13일 법원은 박유하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에게 9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교수가 책에 허위사실을 적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불구속기소했다.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학문·표현의 자유'가 있다. 박유하 교수가 기소를 당한 후 작가 유시민을 비롯해 김철 연세대 국문과 교수, 금태섭 변호사 등 각계각층의 국내 지식인 190여명이 형사기소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책에 담긴 내용과는 별개로 "연구와 발언의 자유가 제한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검찰의 기소가 국가가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무방하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며 "이 사안을 다루는 합리적 방법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경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부교수는 "근본적으로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가진 근본적인 내용은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기준은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 수준이 상당히 일탈했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들이 전쟁의 피해를 딛고 스스로의 명예와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시점에서 책의 내용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더라도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겪었을 충격 고려해야"

외부의 고소 취하 요구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직접 아픔과 명예훼손을 호소하며 고소를 했는데 이를 취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부교수가 '제국의 위안부'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2월이었다. '사회적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책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수준은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3개월여간 고민한 끝에 '인권'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해 6월, 책의 출판·판매·홍보 등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고민은 1심 판결문에도 상당히 녹아있어요. 법률가로서 양심을 가지고 책을 봐도 피해자들이 겪었을 충격, 하위사실이 일반에 유통됐을 때 현재 독자들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까지 전해져, 이 문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면 현행법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역사적 인물이 생존한 경우 그들의 인격권에 대한 보호가 학문의 자유보다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 연구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이 요구되지만, 책에서 암시한 자발적 매춘 행위 등을 뒷받침할 충분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책에 사용된 표현은 학문의 자유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003년 위안부 피해자와 첫만남…아직도 해결된 것 하나도 없다"

박 부교수가 처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것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3년 법무법일 삼일에서 첫 변호사 개업을 한 날이었다.

"당시 삼일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건들을 많이 맡고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영남 지역에 관련 피해자분들이 많이 살고 계셨죠. 그래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나눔의 집 고문 변호사를 맡아 함께하게 된 것은 지난 2012년부터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회) 소속의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활동도 이때 시작했다. 이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모임으로,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전후처리문제보상공동행동특별부와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 구제 등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명백한 증거가 있고, 일본군의 법적 책임도 명확하고, 국제연대까지 있는 상황인데, 문제가 해결이 안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더 이상한거죠. 정부는 한일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지만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어요."

이번 소송은 박 부교수와 한양대 로스쿨 학생들이 함께 책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박 부교수는 올해에는 청년노동 분야에 주력할 예정이다. 소장으로 있는 교내 리걸클리닉센터 등을 통해 청년노동자 무료 법률상담과 학생 교육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문제가 곧 사회변혁과 민주주의 운동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어느순간 노동자들은 분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노동에 매몰돼 버렸어요. 특히 가장 취약한 계층이 노동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청년들이라고 생각해요. 올해에는 이들을 위한 교육에 주력할 생각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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