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제에 지나다니는 주민 無…"全 전 대통령 본 적 없다"
사저 앞 지날 때마다 목적 묻는 의경에 주민들 "귀찮다"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김혜지 기자,박동해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요? 한번도 본 적 없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 앞은 인근 주민 A씨의 말과 그대로 일치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야트막한 언덕 위에 들어선 전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전날 한 언론에는 전 전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 일부가 실렸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대한 계엄군의 발포 명령 책임에 대해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라고 답했다.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한편 다음날이 36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던 만큼, 사저 주변은 다소 시끄러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도 "5·18민주화운동이 있는 5월에는 가끔 시민단체가 찾아 집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조용하다"고 말했다.
사저 주변에는 정문을 지키는 의경 한 명과 이곳으로 진입하는 양쪽 골목을 지키는 의경 각각 1명 등 총 3명만 자리했을 뿐이었다. 사저 주변 취재를 위해 기자가 조금씩 다가서자 경비를 맡고 있는 의경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5월임에도 유난히 더웠던 탓에 땀이 등을 타고 흘러 내렸다.
사저 앞에 다다르자, 의경 한 명이 다가와 방문 목적을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기자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취재하러 왔습니다."
"경호상 사저가 있는 골목안에서는 건물을 정면으로 찍을 수 없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질문했던 의경은 무전기를 통해 기자의 신상과 방문 목적을 상부에 알렸다. 모든 통과 절차를 마치자 드디어 사저가 있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취재를 하기는 어려웠다. 사저 주변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찾았지만, 그곳에 의경 말고 지나다니는 사람은 3시간 동안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저 주변을 지켜본 결과, 딱딱한 분위기에 경직돼 누구도 쉽게 그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주민 최모씨(34·여)는 "앞길은 법적으로 통행이 금지된 곳도 아닌데 경찰들이 왜 왔는지 이유를 꼬치꼬치 묻는 등 불편하다"며 "한 번은 약이 올라 일부러 대답하지 않고 지나가니 경찰도 차마 잡지는 못하더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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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40대 남성은 지나갈 때 마다 신원을 묻는 경찰을 향해 '그럼 당신은 누구냐?'고 물으며 당당하게 지나갔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또다른 40대 남성은 "이곳 주민들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한 감정 없이 살고 있다"며 "그런데 전 전 대통령 참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띵동~"
전직 대통령이 사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면 어떻게 될까.
긴장한 마음으로 정문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도 의경이 앞을 가로막았다. 내부에 확인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내용을 설명하자 의경이 이번에도 무전을 했다. 그러자 바로 앞 경호동에서 한 경찰 관계자가 나와 "초인종을 누르거나 만남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확을 얻지 못하고 전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럼 이렇게 삼엄한 경비는 무슨 근거로 이뤄질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6조4항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 그 밖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예우를 받을 수 있다.
그 밖의 예우에는 Δ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警備) Δ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 Δ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Δ그 밖에 전직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예우 등이 포함된다.
'전두환추징법'이 통과되기 전, 사저 경호를 두고 숱한 논란이 있었다. 문제는 사저 경호 및 경비에 사용되는 예산이 국민 세금이지만 얼마나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보안'을 문제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산과 관련해서는 의경들 임금과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경비 쪽과 인사 쪽에서 분할 관리돼 복잡한 면이 있다"면서도 "보안 사항이라 어느 정도로 답변해야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로부터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를 위해 6억7352만원을 소요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를 경호하는 직업 경찰에게 지급하는 '인건비'였다.
전 전 대통령은 현재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 측근은 "출간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원고가 거의 다 완성됐고, 출판사도 정해야 한다"며 "주변에서 자료 준비 등을 도와드렸지만 거의 다 직접 쓰셨다"고 했다.
회고록에 5·18민주화운동은 어떻게 기록됐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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