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법원 "굿값 과다하면 사기죄 될 수 있어…굿 효험과는 무관"

영화 '곡성'에선 배우 황정민이 귀신에 홀린아이를 살리기 위한 굿판을 벌이는 무속인으로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귀신붙은 사람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무속인이 굿을 권유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 법적으로 '굿'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대법원은 지난해 피해자에게 굿 명목으로 1억6000여만원을 받은 무속인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2015도14980) 무속인은 피해자 몸에 신이 붙었다는 등의 말로 속이고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굿값을 받은 무속인은 굿을 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대법원은 돈만 받고 굿은 하지 않은 사기로 판단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속인이 신내림을 받은 적 없어 '굿'을 주재할 수 없고 실제로 다른 무당을 통해 굿을 할 의사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실제로 굿을 했다면 사기죄가 아니라는 것으로 읽힐 수 있지만 하급심에선 굿을 했더라도 과한 굿값은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굿을 하지 않으면 재앙이 생긴다는 등의 말로 불안감을 조성해 굿값 18억원을 받아낸 무속인에게 사기죄 성립을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재산 상태에 비춰 과다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았다면 통상적인 종교행위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평가했다. 돈을 받고 수십차례 굿을 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과다한 굿값을 받은 점은 통상적 종교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른 하급심 판결에서는 취업 문제로 찾아온 이에게 굿을 권유해 570만원을 받고 굿을 한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효험이 없더라도 과다한 굿값이 아니라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 판결팁=법원은 무속신앙에 근거한 '굿'에 대해 '효험'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굿값의 과다로 사기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선 굿값만 받고 아예 굿을 하지 않아 사기죄 인정이 비교적 간단했다. 하급심에서 실제로 굿을 했어도 유무죄가 갈린 것은 굿값의 규모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재산을 탕진할 정도의 액수를 받아 낸 경우는 유죄로 봤고, 수백만원 수준의 통상적인 굿값은 무죄로 판결했다.
따라서 법원은 '통상적인 종교행위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굿값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비춰 과다한 경우는 사기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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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에서의 굿판도 굿값을 통상 수준에서 받은 것으로 평가한다면 효험과는 상관없이 사기죄 등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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