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이재형의 창업스토리-24]경기 불황, 역발상 창업 아이템으로 성공한 프라이스라인닷컴

요즘 경기 불황으로 폐업하는 회사, 식당 등이 늘어나면서 폐업 처리전문회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 ‘폐업 지원업체’라고 불리는 이 업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경기가 불황일수록 전망이 있는 창업 아이템’을 역발상을 통해 발견한 것이다. 이런 역발상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이 많다.
먼저 프라이스라인닷컴(priceline.com)부터 살펴보자. 이 회사는 2011년 기준, S&P 500 편입 종목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낸 5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5년간 투자수익률이 무려 912%로 4위인 애플, 16위인 구글보다 높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닷컴 붕괴와 9·11테러로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순수 닷컴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애플, 구글 등을 제쳤다.
프라이스라인의 성공은 역경매 모델이 한몫을 했다. 역경매 모델은 ‘공급자가 경쟁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기 위해 경매를 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것과는 반대로 소비자가 가격을 먼저 던져놓으면 공급자가 이 가격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이다.
호텔, 항공사의 골칫거리는 재고처리 문제인데, 이들의 재고는 다음날이 되면 가치가 ‘제로(0)’가 되는 ‘썩는 제품(Perishable Good)’이라고 부른다. 프라이스라인은 호텔, 항공사 브랜드가 가격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 없이 재고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줬다.
구글의 성공에도 역발상이 한몫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자체를 파는 것이 유일한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생각한 반면, 구글은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파는 대신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사람들에게 공짜로 제공했다. 코스트코 역시 전통적인 유통업과 달리 상품 마진이 거의 없고 연회비로 수익을 내는 역발상적인 사업 모델을 취하고 있다.
2014년 4월에 창업한 국내 의류회사, ‘SYJ’ 역시 역발상으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의류업계 신화로 불리는 ‘스타일 난다’를 가파르게 추격하는 업계의 ‘신인왕’ 같은 존재다. 창업 첫해 매출 36억원, 영업이익 1억9000만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45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164억원, 영업이익 31억원 목표를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SYJ의 매출의 90%는 맨투맨 티셔츠에서 나온다. 옷을 생산해 11번가, 지마켓, CJ몰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과 동대문 도매시장에 납품한다. 최근엔 자체 쇼핑몰을 열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의류업계 판매전쟁에서 승리한 비밀은 바로 ‘자투리 원단’이다. 봉제공장들이 내다 버리는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옷을 만들어 원가를 40% 이상 줄였다. 새 원단으로 맨투맨 티셔츠를 만들면 원가가 2000~3000원이 들지만, 자투리 원단으로 만들면 1500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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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LG패션 같은 곳에서 쓰다 남은 3년이 지난 원단이 5톤 규모 화물차로 20~30대 나온다. 이들은 돈을 주고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SYJ 김소영 대표는 이들을 찾아가 원단을 버리지 말고 팔라고 제안했다. 원단을 무료로 주거나, 새 원단의 10% 가격에 대량 매입했는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이다.
최근 한국사회에 역발상을 활용한 역경매 열풍이 불고 있다. 결혼이나 대출, 이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데,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구매자 파워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웨딩역경매는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부부가 먼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그 조건에 맞는 업체로부터 역으로 견적을 받는 시스템이다.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업체들을 살펴볼 수 있고, 결혼준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예비부부들이 발품을 팔며 여러 웨딩업체를 알아보고는 했는데 역경매 웨딩 온라인 사이트에 원하는 예식비용과 규모 등을 올리면 여러 웨딩업체에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입찰서를 제공하기에 발품을 팔지 않고도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편의성 덕분에 웨딩 역경매를 활용하는 고객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신청건수 대비 계약체결비율도 40%를 넘어서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역경매 대출은 대출희망자가 대출을 신청하면,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금융회사를 신청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면 금융기관에서 고객의 신용정보 등을 확인한 후 대출 여부와 조건 등을 알려주는 일반적인 대출방식과는 반대다. 또 한 번의 대출 신청만으로 여러 금융사에 신청한 효과를 가져와 대출신청자가 각 개별회사와 일일이 접촉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대출모집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일반적인 채널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 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직접 금융사에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므로 불법 대출 모집인으로부터 중개수수료를 요구당하는 등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보험권에서도 역경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 가입 의사가 있는 소비자가 해당 사이트에 원하는 보장내용과 보험료 등을 양식에 맞춰 올려놓으면 이를 보고 설계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입찰 건을 보험설계 알고리즘 분석과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높은 점수를 받은 플랜을 고객에게 제시하면, 고객은 원하는 보험을 선택하면 된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지난해 10월13일 기준 1392건의 플랜 요청을 받았고, 이 중 49%가 최종 낙찰을 받아 실제 보험 가입이 이뤄졌다고 한다.
역발상을 실현하려면 일하는 방식 또한 역발상적이어야 한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태양의 서커스)의 공연 전략은 바텀업(Bottom-up) 방식이다. 탑다운(Top-down) 방식은 제작자가 먼저 작품을 정하고 대본을 구한 후 연출자를 찾고 배우를 고용하는 방식이라면, 바텀업 방식은 인재들의 능력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작품을 구성한다. 우리나라 개그콘서트도 바텀업 방식을 취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구글과 대다수 기업들의 M&A(인수합병) 방식도 이와 비교된다. 구글은 기술이 필요한 사업부서에서 직접 인수기업을 물색한 뒤 M&A 심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최종 승인해주는 바텀업 방식을 취하는 반면, 대다수 기업들은 주로 CFO(최고재무책임자) 산하 기업인수팀에서 M&A 대상을 찾아 사업부서에 제시하는 탑다운 형태를 취한다.
창업 아이템을 발굴한다면 역발상을 활용해보자. 그리고 일하는 방식 역시 역발상을 취해 보자. 당신에게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