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롯데 부회장, 檢 소환조사 앞두고 자살… "강한 자존심, 치밀한 성격"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는 '극단적인 심리적 압박'이 자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평소 꼬장꼬장한 성격에 치밀한 업무 능력,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유명했던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과 다가올 모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검찰의 전방위적인 롯데그룹 수사에 대한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의사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산책로에서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소지품에서 발견된 신분증과 지문조회로 경찰은 이 부회장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날 업무를 마치고 바로 귀가한 것으로 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그럴 분이 아닌데…"라며 당혹해 했다.
하지만 우발적인 선택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자택인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신원이 확인된 경기 양평 서종면까지는 40㎞가 넘는 거리다. 일각에서는 사망 장소가 무인텔(직원체크 없이 들어가는 모텔) 인근 산책로인 점에 비춰 이미 전날 장소로 이동한 뒤 고민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차량에서 유서 4장도 발견됐는데,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의 칼날이 롯데그룹과 자신으로 향하자 '결백함'을 증명하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기독교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죄악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선택을 할 만큼 이 부회장이 절박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내 2인자로 꼽혀 왔다. 43년간 롯데그룹에 줄곧 몸담은 골수 롯데맨이다.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97년 롯데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2007년부터 신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정책본부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2011년 롯데그룹에서 비오너 일가로는 처음으로 부회장 직책을 맡았다.
지난 15일 검찰 조사를 받은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에 이어 황 사장, 이 부회장까지 롯데그룹의 최고 핵심 인물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 검찰 소환 조사는 신동빈 회장만을 남겨두고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드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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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사망으로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는 일대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그룹 2인자가 목숨을 내놓으면서 '호소'를 하는 마당에 검찰도 거세게 밀어붙이기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특히 목숨을 내놓을 만큼 공포감을 안기는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도 면치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