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관광도시 경주, 무너지는 지역경제…불안 해소할 빈틈없는 정부 대책 절실

22일 경주에 가봤습니다. 한반도를 흔든 지진이 일어난 곳입니다.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 상황을 익히 들은 터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실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경주 지진 진앙지 부근인 내남면 어르신들은 문 앞 마루에서 휴대폰을 지니고 주무실 정도로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도심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작은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생각보다 침착한 분위기도 감지됐습니다. 시내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뭐 이 정도 지진 가지고…불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전 경주에 왔다는 노르웨이 관광객도 "지진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문제없다"며 예정대로 여행 일정을 소화한다고 했습니다.
지진도시로 낙인 찍혀 생계에 타격 입을 것을 더 두려워하는 상인들도 많았습니다.
관광 명소인 불국사 근처 상점은 관광객으로 붐빌 시기지만 한산했습니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한 상인은 "언론에서 지진 관련 뉴스를 저렇게 떠들어 대니 누가 오겠느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상인들의 말은 이렇습니다. 피해가 컸던 진앙지 인근 마을을 중심으로 언론에 나오는 탓에 경주 전체가 아수라장인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진앙지 내남면은 오지마을에 속합니다. 주민들 다수가 어르신이고 주택도 상당수 낡았습니다. 대부분 지붕에 기와를 얹어 지진으로 흔들리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상인들은 파손된 건물이야 보수할 수 있지만 '지진 지역'이라는 오명은 씻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경주는 관광으로 먹고 삽니다. 시민들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합니다. 가을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골프 관광객 등으로 성수기입니다. 하지만 지진으로 손님 받기는 틀렸다는 겁니다. "상인들의 심정 좀 잘 전달해 달라"며 기자의 손을 꼭 붙잡는 상인도 있었습니다.
불안을 해소하고 경주를 다시 살리는 길은 결국 정부의 몫이 큽니다. 현대 과학으로 지진 자체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막을 길은 없지만 체계적인 대비와 발 빠른 대응은 우리가 노력할 수 있습니다. 불안을 최소화시킬 정부의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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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가시적 조치와 재정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현장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건물 파손에 대한 실태 조사도 끝마치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일손 탓에 복구 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지진 대피 요령이나 관련 시설 준비 등 매뉴얼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내남면 어르신들은 지진이 느껴지면 동네 공터로 모인다고 했습니다. 이후에는 마을회관에 머뭅니다. 피해를 겪고도 지진 대피 요령을 숙지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시민들도 대피요령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주시에서 임시주거시설 61곳, 수용시설 35곳을 지정해놨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찾기 드물었습니다. 그마저도 "재난이나 이재민이 발생하지 않아서 현재 운영 중인 시설은 없다"고 시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강진 발생 후 불과 며칠 만에 수백 회에 달하던 여진은 이제 잦아들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파손 피해들도 하나둘 제모습을 찾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든든하고 빈틈없는 정부의 후속대책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자칫 헛일입니다. 시민들 마음 속에 여진은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제2, 제3의 경주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