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용산구의 한 아파트가 마음에 들어 매입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당시엔 1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으면 살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좀 더 저축해 대출 부담을 줄이자는 생각에 구입을 보류했다.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결정이었는지를 깨닫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 가격은 이후 거짓말 같이 급등했다. 지금은 같은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2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 정도 대출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결국 내 집 마련의 꿈을 무기한 보류했다.
1년 11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이 기간 동안 저축한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 푼 돈 수준인 반면, 해당 아파트는 무려 1억7000만 원 이상 올랐다. 강남 아파트와 비교하면 오름폭은 '새 발의 피' 수준이지만, 기자가 감당할 수 있는 대출 한계를 훌쩍 넘어섰다. "저축한 게 오히려 손해다", "그냥 과감히 매입했어야 했다"는 후회와 자괴감이 들었다.
생산·소비·수출 등을 비롯해 지난 2년 간 모든 경제 지표는 내리막길을 걸어왔지만, 부동산만 나홀로 호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경기 방어 수단으로 지난 2년 간에 걸쳐 부동산 부양 정책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7월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한데 이어 같은해 9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12월엔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일련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냈다. 중앙은행으로 독립성을 가진 한국은행을 전방위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 금리 인하를 부동산 부양 수단으로 적극 동원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 기대를 빗나갔다. 집값(특히 강남권 집값)만 폭등시켰을 뿐 오히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결국 잘사는 사람들과 기득권층 만을 위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강남 부동산 가격 폭등과 경기 침체 장기화란 현 상황을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정치라는 상부구조가 경제라는 하부구조를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원래는 경제(하부구조)의 발전이 사회·정치·문화(상부구조)를 발전·변화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거꾸로 강력한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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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해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이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도 이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