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결과 발표]朴 대통령·최순실은 '블랙리스트' 공모자… '인사개입' 추가 의혹 검찰에 넘겨

#순수문예지 '문학동네'는 지난 2014년까지 '좌파'라는 분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2014년 소설가 등 12명이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을 발간하기 전까지 얘기다. 이후 2014년 25종의 세종도서를 배출했던 문학동네는 2015년에는 5종밖에 선정되지 못했다. 정부가 지원을 해주던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은 아예 폐지됐다.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책을 발간하면서,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소문으로만 돌았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 리스트'의 존재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는 '내 편'에게는 거액의 지원금을 줬고, '적'으로 분류한 이는 모든 정부 지원에서 배제했다.
특검은 6일 오후 지난 90일간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범이자 최종 윗선으로 지목했다. 특검은 관련 사건을 "대통령 등 청와대 최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국가 문화 보조금을 정파적 지지자에게만 공급하고,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배제해 예술의 본질적 영역인 창작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나아가 문화적 다양성을 잃게 해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안"이라고 정의 내렸다.
특검에 따르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교문수석 등은 지난 2013년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의 뒷배에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있었다. 이를 실행하고자 김 전 실장 등은 '민간단체보조금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이는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문체부에 넘어갔고,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으로 전달됐다. 이들은 공모 지원 사업을 하면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19명을 예술위 책임 심의위원 선정에서 배제했다.

예술위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지원한 사업에서 총 325건을 배제했고, 영진위는 8건의 지원을 배제했다. 출판진흥원은 22개 도서를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가 관련돼있다는 이유로 세종도서 선정에서 배제했다.
이 과정에서 말을 잘 듣지 않는 공무원은 사표를 내도록 강요했다. 최씨는 자신의 딸인 정유라씨가 한국마사회컵 전국 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자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진행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감사는 맡은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입맛에 맞지 않는 보고서를 내자 박 대통령은 노 전 국장을 '나쁜 사람'이라며 사표를 내도록 강요했다. 노 전 국장은 결국 사표를 내고 문체부를 떠났다. 블랙리스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고위 공직자들 역시 사표를 내고 문체부를 떠났다.
특검은 이에 대해 "직업공무원제를 붕괴시키면서까지 문체부 공무원들을 최씨 등 비선 실세와 일부 편파적 정파 성향을 갖는 정치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등 본건은 대통령 비서실 주도의 권력형 범죄"라며 "문체부 및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 인사조치 직권남용 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 기록은 검찰로 이관해 향후 수사가 계속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정권은 지지자들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는 일명 '화이트 리스트'에 오른 단체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게 지시해 지난 3년간 총 68억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도록 했다. 특검 수사 내용에 따르면 전경련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2014년 22개 단체에 24억원, 2015년 34개 단체에 35억원, 2016년 22개 단체에 약 9억원을 지원했다. 특검은 "청와대 주도로 전경련에 특정 단체에 활동비 지원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이번 특검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소문으로만 돌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인한 데 이어 그 배경에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은 이 수사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구속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조 전 장관은 특히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밖에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청와대 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등 고위공직자가 줄줄이 구속됐고,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과 김소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