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당한 '문콕'에…" 피해자 발만 동동"

나도 모르게 당한 '문콕'에…" 피해자 발만 동동"

유승목 기자
2018.01.25 05:40

문콕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 만든 부실한 법 제도가 문제라는 지적

최근 문콕 사고로 인한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문콕사고를 당한 심모씨의 차량. /사진= 유승목 기자
최근 문콕 사고로 인한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문콕사고를 당한 심모씨의 차량. /사진= 유승목 기자

#얼마 전 구입한 차를 애지중지 관리해온 심모씨(27)는 지난 주말 오후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왔다가 차 뒷문이 찌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밤사이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이른바 '문콕'을 당한 것이다. 가해자를 찾지 못한 심씨는 친구를 만나는 대신 인근 자동차정비업소를 찾아 수리를 했다.

#오랜 운전경력을 가진 유모씨(63)는 주차할 때가 가장 신중하다. 유씨는 항상 기둥이 있는 넓은 주차칸을 찾아 헤맨다. 문콕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어차피 가해자를 찾아도 보상받기 힘드니 유씨는 본인이라도 조심해서 예방하는게 낫다는 생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가 2200만대를 돌파했다. 국민 2.3명당 1대씩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재산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동차의 인식이 변하면서 자동차 사고와 관련한 시민들의 불만과 갈등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차량 '문콕' 사고다. 최근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이같은 문콕 사고 관련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경미하지만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그대로 두면 부식 위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사진제공= 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 이미지투데이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 연구소에 따르면 주차차량 중 문콕 흔적이 있는 차량의 비율은 31%에 달한다. 차량 3대중 1대는 문콕 사고를 당한 것이다. 문콕 사고로 보험처리가 된 건수도 최근 5년간 2.5배 증가했다. 경미해 보이는 문콕 사고에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늘고 있다.

문콕 사고는 보통 사람들이 사고라고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고가 나도 가해자를 찾기 어렵다. 차량 블랙박스를 다채널로 측면까지 설치하지 않는 이상 누가 사고를 냈는 지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찾더라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보상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문콕 사고는 피해자만 발을 동동 구를 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된다.

이렇듯 문콕 사고는 대체로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부주의와 배려심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시대에 발맞춰 변하지 못한 법제도, 좁은 주차칸 규격 등 제도상 허점이 문제를 키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늘고 있다.

그 동안 문콕 사고 등이 자주 일어나는 주차장이나 주정차시 발생하는 차량사고들은 가해자가 사고를 낸 다음 별다른 조치가 없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기존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도로에서 난 사고일 경우에만 차량 사고시 조치를 취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로 외 장소에서도 차량 사고를 내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지난해 10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지만, 문콕 사고는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조항은 차량을 운전할 경우에만 해당돼 문콕 사고는 '운전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콕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좁은 주차공간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주차 칸 크기는 1990년 정해진 후 그대로다. 현재 주차 칸의 크기는 가로 2.3m, 세로 5m로 미국(가로 2.7m, 세로 5.5m) 유럽(2.5m, 5.4m) 일본(2.5m, 6m)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최근 SUV(다목적스포츠차량)가 늘어나는 등 한국인이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대형차 비율이 꾸준히 높아져 전체 차량의 82%가 중대형차일 만큼 충분한 주차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차단위구획 최소 크기를 가로 2.5m로 20cm 더 늘리는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만 해당돼 기존의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문콕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문콕 사고 방지를 위해 부착한 문콕 방지 도어가드. /사진= 유승목 기자
문콕 사고 방지를 위해 부착한 문콕 방지 도어가드. /사진= 유승목 기자

결국 시민들이 서로 배려하는 주차 및 문콕 방지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결책이다. 문콕 사고도 물적피해라는 것을 인지하고 조심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콕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도어 가드를 부착하거나 생활 흠집으로부터 차량을 보호하는 도장보호필름(PPF, Paint Protection Film)을 차량에 덧씌우는 방법들은 문콕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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