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고 있는 피해자 주변 곳곳에
"제대로된 가해자 조사와 처벌 이뤄져야"
(서울=뉴스1 ) 이진성 기자 =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추한 민낯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직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로 옮겨 붙는가 싶더니 학계로, 종교계로, 정치권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예상컨대 이 불길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그렇게 꺼져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폭로성, 일회성으로 일관된 미투 운동은 재고되어야 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뉴스1은 현재 진행형인 미투 운동을 점검하고 대한민국의 대변혁을 위한 이 운동의 방향성을 짚어 봤다.

정치권과 문화계, 대학가 등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미투(#Me Too)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들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피해를 호소한 미투 당사자가 되레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현행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8일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미투 운동 확산과 관련해 2차 피해 방지 등을 위한 방안을 논의중이다. 미투 운동이 처음에 문화계에서 시작돼 대학가, 정치권 등으로 퍼지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경찰청은 일선 경찰관서에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는 '미투' 신고자의 피해조사시 가명 조서 작성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고, 여가부도 해바라기센터 등 피해자 지원기관에 피해자 상담기록지를 가명으로 기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도록 조치했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는 현행법의 한계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어 신고조차 못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인한 역고소를 가장 우려했다.
현행법은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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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실로써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이거나 적시의 목적이 오로지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처벌을 면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개 성추행과 성희롱 사건의 경우는 사실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목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당사자 관계와 피해당시 상황 등 여러가지 정황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뚜렷한 증거가 없이는 진술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보니 한계점은 있다"고 토로했다. 대게 이런 경우 무혐의로 결론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는 이때부터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인한 역고소를 우려하게 된다.

SNS를 통해 성범죄 피해 당사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해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수개월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 수행비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SNS) 등 온라인상에서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지목하며 '불륜관계', '성폭행으로 둔갑한 치졸한 공작', '유부남과 놀아난 XXX'라는 등의 내용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같은 SNS상의 글들은 '안희정건 핵심요약'등의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이 분명하지만 피해자가 이들 모두를 고소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성폭력을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충남 지역의 체육관련 학과를 졸업한 김지은씨(가명·25)는 "학생시절 유부남이고 아이도 있는 전공교수가 데이트하자는 문자를 비롯해 수십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와 스토킹 당하는 기분이었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나같은 피해자가 5명이 넘었지만 직접 몸을 터치한 것도 아니고 증거도 부족해 처벌도 어려울 것 같아 알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위해 미투에 동참하고 싶지만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가장 문제다"며 "그동안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이 확산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역고소 우려 등으로 신고를 주춤하게 만드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폐지도 이뤄져야 한다"며 "일각에서는 명예훼손죄가 폐지되면 허위내용의 신고 남발로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허위사실 유포죄와 무고죄 등으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전날(7일) '미투(#MeToo) 공감·소통 제1차 간담회'에 참석해 "성폭력 생존자와 조력자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서로 공감하고 연대해 변화의 바람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며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민간부문의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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